"딥러닝 창시자와 협업"..삼성도 LG도 캐나다에 'AI연구소' 설립

by이재운 기자
2017.11.21 05:00:00

LG전자 CTO, AI 석학 재직 현지 대학과 산학협력 논의
삼성전자도 8월 현지에 AI랩 설치하고 선행기술 R&D
SKT-현대차-한화자산운용도 캐나다 스타트업과 협력

캐나다 출신의 AI 딥러닝 전문가 제프리 힌튼(왼쪽) 토론토대 교수와 요수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앞다퉈 캐나다로 향하고 있다. AI 분야의 대표 석학들이 모여있는 현지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해외 기업에 개방적인 현지의 특성을 잘 살려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선행 기술 개발과 관련 벤처투자(VC)를 통해 AI 응용분야인 기계학습, 자율주행, 스마트홈 등에 필요한 기술 기반을 확보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계획이다.

20일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전자의 최근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은 이 대학을 방문해 산학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안 CTO는 토론토에 위치한 온타리오주 투자청을 방문한 뒤 이 대학을 찾아 로봇 기술(Robotics), 응용 제조기술, 컴퓨터 하드웨어 디자인, AI 등에 대해 현지 연구진과 의견을 나눴다.

◇LG전자, 캐나다 명문대와 산학협력 타진

토론토대에는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AI 전문가 중 한 명인 제프리 힌튼 교수가 재직하고 있다. 구글 부사장도 겸하면서 AI 알고리즘에 대한 높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토론토대는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캐나다 정부가 추진하는 ‘범 캐나다 AI 전략’의 지원을 받아 AI 분야 연구소인 ‘벡터연구소(Vector Institute)’를 세웠다. LG전자도 여기에 대한 투자와 산학협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토대는 이미 일본 후지쯔, 중국 화웨이 등과도 AI 관련 협력을 진행하고 있어 이번 기회에 한국의 대기업과도 협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전자가 스마트TV를 비롯해 무선통신, 가전, 자동차 전장 등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개방형 혁신(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하기 위한 협력 논의를 진행하기 위한 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현대차, SKT까지 줄줄이 ‘캐나다행’



캐나다는 일찍이 AI 관련 연구가 활성화된 곳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AI의 핵심 분야인 딥러닝(Deep Learning) 분야를 대표하는 석학이 두 명 있는데, 앞서 언급한 제프리 힌튼 교수 외에도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가 바로 주인공이다. 삼성전자(005930) 종합기술원이 올 8월 바로 이 몬트리올대와 산학협력을 통해 인공지능(AI) 랩(Lab)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현지 교수진·학생들과 함께 음성·영상 인식, 통역, 자율주행, 로봇 등 인공지능 핵심 알고리즘 개발에 집중하고 이를 부품에 실제 접목시키는 작업에 종합기술원에서 파견한 연구원들이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벤지오 교수가 창업한 스타트업 ‘엘리먼트AI’도 한국 대기업들과 인연을 맺었다.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이를 고객사와 함께 실제 제품에 적용하는 사업방식을 취하는 이 업체는 한화자산운용의 투자를 받았고, 현대자동차(005380)와도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AI 관련 투자처를 찾던 SK텔레콤(017670)과 만나 SK텔레콤, 현대자동차, 한화자산운용 세 회사가 엘리먼트AI와 함께 ‘AI 얼라이언스 펀드’를 결성하기에 이른 것. 국내 대기업이 각각 500만달러씩 총 1500만달러를 출자해 펀드를 만들고, 엘리먼트AI가 투자 자문 역할을 맡는 방식이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높은 관심

엘리먼트AI는 이미 세계적인 GPU(그래픽 프로세서) 제조사 엔비디아로부터도 투자를 확보한 상황. 캐나다에는 이처럼 AI 관련 생태계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실리콘밸리 등 해외 ‘큰 손’ 투자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알파고’로 유명해진 구글 딥마인드를 비롯해 IBM, 페이스북, 아마존 등도 현지에 관련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캐나다에서 AI 관련 일자리는 2004년과 비교해 올해 500%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나올 정도다. 캐나다의 이런 강점에는 해외 기업을 비롯한 △외부 환경에 개방적인 캐나다 특유의 분위기 △신기술에 대한 수용이 빠르고 소비력도 강한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이 인접해있는 점 △영어권 국가로서 언어적으로 영어 관련 R&D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여건 등이 꼽힌다.

캐나다 내부에서는 해외 투자자들의 직접 투자가 늘어나는데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캐나다 왕립은행(the Royal Bank of Canada)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캐나다에서 AI에 대한 대표 기업이 없다보니 (국가)외부에 의존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며 대외 변수에 따라 산업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