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성공’ 그림자 조연 삼총사…‘정의용·장하성·윤영찬’
by김성곤 기자
2017.07.04 06:00:00
한미정상회담 주인공 文대통령 도운 靑참모진 3인방 화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최대 난제인 사드문제 말끔한 정리
장하성 ‘FTA재협상 논란’ 설득…윤영찬 ‘FTA관련 대형 오보’ 예방
| 왼쪽부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
|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7월 2일 오후 8시 14분.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인 3박 5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것. 문 대통령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 환영을 나온 당정청 주요 인사들이 “수고하셨습니다”, “성공적인 순방을 축하드립니다”라고 외쳤다.
문 대통령은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어려운 길이었지만 국민들의 든든한 지지가 있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내에서 불거졌던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자평이었다. 정상회담 성공의 주인공은 문 대통령이었지만 그림자 조연의 헌신도 있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로 불린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 청와대 삼총사가 바로 그들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대 골칫거리는 이른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이었다. 사드배치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외교적 압박이 지속된 가운데 5월말 국방부의 사드 발사대 4기의 추가반입 보고 누락파문마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후 문 대통령이 사드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일었다. 사드배치 철회 또는 번복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측에서 흘러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드배치 문제가 한미정상회담 주요 의제로 올랐다면 양 정상이 얼굴을 붉히는 상황까지 연출될 수 있었다. 이른바 ‘사드 뇌관’을 정리한 것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었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정상회담 의제와 일정 조율을 위해 이달초 방미에 나선 데 이어 6월 중순 극비리에 또다시 방미에 나섰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우리 측의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정상회담 이전에 사드배치 문제를 말끔하게 매듭지었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 실장은 특히 워싱턴 도착 직후 미국측 파트너였던 허버트 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자택으로 찾아가 맥마스터 보좌관은 물론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과 5시간에 걸친 심야 마라톤 대화를 나눴다. 이후 우리 정부의 사전설명이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미국 의회까지 명확하게 전달되면서 사드문제는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됐다. 문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미 의회 상하원 지도부와의 면담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의구심을 버려도 좋다”고 강조했다. 스테니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문 대통령의 사드에 대한 답변은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맥 쏜베리 하원 군사위원장 역시 “사드 관련 확인에 감사드린다”고 답변할 정도였다.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해법에 대한 양국 공조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였다. 다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은 이번 회담의 ‘옥에 티’였다. 회담 이후 미국측이 한미동맹 재확인이라는 선물을 주고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청구서를 들이밀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한미정상회담 전날 백악관에서 열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회동에서부터 FTA재협상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부인에도 트럼트 대통령은 만찬회동 직후 트위터에 “북한 문제와 새로운 무역협정을 포함한 많은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기 때문. 새로운 무역협정은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우려는 다음날 정상회담에서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한미 FTA 재협상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한미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며 자동차와 철강 분야의 무역불균형을 예로 들며 우리 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문 대통령이 이에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며 양측 공동조사를 제안하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미국 측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반박한 것은 장하성 정책실장이었다. 장하성 실장은 “한국이 세관·통관에서 미국에 특별히 차별대우를 하지 않는다. 이것은 분명히 양국간 존재하는 절차의 차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장 실장은 백악관 만찬에서도 로스 미 상무장관이 제기한 자동차와 철강분야의 무역불균형 문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현철 경제보좌관도 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 측의 논리를 반박했다.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날선 설전이 오가자 장하성 정책실장이 영어로 농담을 건네며 기지를 발휘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 와튼스쿨. 똑똑한 분”이라고 맞받아쳐 회담장에는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 문제는 양국 공동성명에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한미정상회담 종료 이후 공동성명 발표가 7시간 늦어진 것은 돌발악재였다. 회담 성과가 좋다는 청와대의 설명에도 뭔가 이상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징후로 해석됐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회담 이후 언론발표에서 FTA 재협상을 비롯한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직설적으로 제기했다. 문 대통령의 언론발표문에는 이러한 언급이 없었다. 자칫하면 대형오보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혼선을 발빠르게 정리한 것은 윤영찬 수석이었다. 윤 수석은 “한미공동성명은 실무합의가 끝났다”며 미국 측의 절차상 문제로 늦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한미정상회담 과정에 참여한 핵심실무자들의 워싱턴 현지 긴급 브리핑을 주선해 취재진의 의문을 대거 해소했다. 아울러 회담에 배석했던 장하성 정책실장도 워싱턴 현지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 재협상에 합의한 바 없다”고 일축하며 오보를 바로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