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익은 거장 vs 스타군단…'클래식 축제' 봇물

by김미경 기자
2015.06.15 06:43:30

디토 페스티벌·대관령국제음악제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앙상블
손열음 하프시코드 데뷔 등 夏 풍성
英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 내한''
獨 드레스덴 필·백건우 베토벤 협연

(사진=LG아트센터·크레디아·대관령국제음악제).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젊은 거장 vs 농익은 거장’ ‘이모젠 쿠퍼의 첫 내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협연’ 등. 지난 상반기 클래식공연계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잇단 내한으로 들썩였다면 이달부터 시작하는 본격적인 여름시즌은 큼직한 클래식축제가 마니아를 설레게 할 예정이다.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봄 클래식 축제의 중심이 통영이라면 여름에는 대관령국제음악제가 있다”며 “이번 축제의 백미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하프시코드 데뷔 무대와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수석 팀파니스트인 아드리아 페뤼숑의 국내 첫 지휘데뷔가 큰 볼거리”라고 꼽았다. 이어 “한 명의 작곡가에 집중해 심도 깊은 음악세계를 끌어내는 디토페스티벌이 올해 선정한 ‘슈베르트’도 클래식 팬들의 눈과 귀를 호강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름 클래식 향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무작정 공연장을 찾기보다 미리 프로그램을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클래식기획사 목프로덕션은 “연주자는 물론 작곡가와 곡의 히스토리 등을 알고만 있어도 명곡의 여운과 감동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는 디토페스티벌(30일까지 예술의전당·LG아트센터)이 끊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이끄는 앙상블 디토가 주축이 된 이 축제는 올해로 7회째. 잘생긴 데다 기량까지 뛰어난 젊은 연주자들이 주역으로 나서 또래의 관객층을 클래식무대로 끌어들이는 데 톡톡히 공을 세웠다고 평가받는다. 올해 주제는 ‘슈베르티아데’, 곧 ‘슈베르트의 밤’이다. 31세에 요절한 천재 음악가인 슈베르트가 친구들과 매일 저녁 모여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낭송한 모임의 이름이기도 하다. 용재 오닐은 “슈베르트는 단순한 선율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며 “슈베르트의 다양한 버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제는 앙상블 디토와 피아니스트 임동혁, 밴드 ‘긱스’의 정재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 피아니스트 지용 등이 참여해 다채롭게 꾸민다. 지난 6일 개막공연에서 용재 오닐이 8년 만에 ‘겨울나그네’ 전곡 연주에 도전한 것을 신호로 정재일과 지용, 성민제는 ‘언타이틀드’라는 제목으로 슈베르트의 ‘마왕’을 각각 변주해 선보인다(18·19일 LG아트센터). 또 피아니스트 임동혁은 피아니스트 스티븐 린과 함께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준비했다(17일 예술의전당). 드라마 ‘밀회’에서 주인공 선재(유아인)와 혜원(김희애)이 연주해 유명세를 치른 곡이다. 피날레는 앙상블 디토가 맡는다. 올해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슈베르티올로지’를 통해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 크바르테트자츠’와 ‘피아노 트리오 2번’ 등을 선사한다(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피아니스트 지용(왼쪽부터), 밴드 ‘긱스’의 정재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사진=크레이다).
디토페스티벌의 바통은 대관령국제음악제(7월 23일~8월 2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일원)가 이어받는다. 매해 새로운 주제 아래 고전과 현대를 오가며 최정상급 아티스트의 기량을 볼 수 있어 회차마다 매진행렬을 잇는 음악제다. 올해 주제는 ‘프랑스’. 17세기에 탄생한 라모에부터, 생상스, 비제, 포레, 드뷔시, 메시앙, 현존하는 티에리 에스카이쉬까지 다양한 프랑스 음악을 대거 선보인다.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공동 예술감독의 연주는 물론 인기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하프시코드 데뷔 무대도 마련했다. 세계 초연도 줄을 잇는다. 프랑스의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에스카이쉬는 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완성한 ‘6중주’를 초연한다. 세계적 안무가 그레고리 돌바시안의 연출로 재탄생한 라벨의 ‘볼레로’ 역시 세계 초연하며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발레리나 서희와 프랑스 출신의 알렉상드르 암무디가 내한해 아름다운 몸짓을 보탠다.

영국 출신 피아니스트 이모젠 쿠퍼는 처음으로 한국 팬을 만난다(21일 LG아트센터). 오랫동안 국내 마니아층을 이끈 그가 이제서야 한국을 찾아 슈베르트 ‘12개의 독일 춤곡’과 ‘피아노 소나타 A장조’, 쇼팽의 ‘뱃노래’, 슈만의 ‘유모레스크’ 등으로 관객의 감성을 작극할 예정. 세계 음악계에서 슈베르트와 슈만, 모차르트 전문가로 통하는 쿠퍼는 철저한 악보 분석과 내밀하고 심오한 작곡가의 정서까지 담아내는, 자신만의 해석이 독보적인 인물로 통한다.

독일 드레스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내한도 올 여름 축제의 압권(26·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3년 이후 2년만에 세 번째 내한이다. 담백하고 고풍스러운 동독 특유의 색조로 유명한 드레스덴필은 거장 지휘자 쿠르트 잔데를링(1912~2011)의 아들인 미하엘 잔데를링(46)을 새 사령탑으로 맞아 부흥기를 맞고 있다. 이번 내한에서 드레스덴필 특유의 동독 사운드를 들려준다. 브람스의 ‘교향곡 1번’과 ‘베토벤 교향곡 7번’ 등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했다. 여기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나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4번’을 협연해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박제성 평론가는 “드레스덴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내한은 세계 톱 오케스트라에만 귀울였던 선호도를 다변화시키고 선택폭을 넓히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2년 만에 내한공연이 주목을 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송재영 빈체로 부장은 “2000년대 중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후 오랜만에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베토벤을 들고 나왔다. 이번에 3, 4번을 하고 11월 5번을 들려줄 계획이다. 올해 그의 한국 나이는 고희다. 감회가 남다르다”고 귀뜸했다.

오는 26, 27일 2년만에 내한공연을 펼치는 독일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사진=빈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