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더는 방치못해"..이집트, 에너지값 대폭인상

by이정훈 기자
2014.07.06 09:21:43

휘발유값 최고 78% 인상..경유도 64% 올라
전기요금도 5년간 인상..미뤄온 재정 건전화 나서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집트 정부가 전격적으로 휘발유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최근 이집트 경제가 다소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 재정지출의 5분의 1에 이르는 에너지 보조금을 줄임으로써 만성적인 재정적자 축소 등 경제구조 개혁을 단행하기 위한 조치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신임 대통령에 의해 총리에 재임명된 이브라힘 마흐라브 총리는 이날 “에너지 보조금을 줄이지 않는 것은 범죄 행위”라고 선언하며 에너지 가격 인상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자정을 기해 단행된 가격 인상에 따라 가장 큰 폭으로 뛰는 것은 주로 과거 차종에서 사용되는 옥탄가 80% 휘발유로, 리터당 22센트로 종전보다 78%나 인상됐다. 최근 출시되는 신차에 쓰이는 옥탄가 92% 휘발유값은 리터당 36센트로 40% 뛴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미니버스를 포함해 대중교통과 산업용 수송에 활용되는 경유(디젤) 가격은 64% 올라 리터당 25센트가 되고, 천연가스는 30~70% 인상된다.



이번 가격 인상이 자동차를 보유하지 않은 서민층에게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이집트 정부는 보조금 삭감으로 올 정부 회계연도에 60억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이달부터 에너지 보조금 개혁의 일환으로 전기 요금도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정부는 별도 자료를 통해 “전기에 대한 보조금을 5년간 점진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5년 뒤 이집트의 전기 요금은 현재보다 2배나 뛸 것으로 보인다.

아시라프 알 아라비 이집트 예산장관은 “앞으로 5년내에 모든 에너지 가격은 시장가격에 따라 매겨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다만 정부의 보조금이 필요한 계층에 대해서만 실질 비용의 80% 수준으로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집트 정부는 올해 총 재정지출 절감 목표를 연 예산의 13%에 이르는 140억달러 정도로 잡고 있다. 이 경우 정부 재정적자 비율은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2%에서 내년에 10%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동안 이집트는 경제구조 개혁과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에너지 가격 인상을 추진해왔지만, 경제 부진과 빈곤층 증가, 그에 따른 사회적 불안과 소요사태 등으로 이를 차일피일 미뤄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