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異야기]수천억 매출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 초읽기

by박형수 기자
2014.04.09 07:00:00

박동현 회장, 월가 금융맨에서 신약개발 지휘자로
유데나필의 무한변신..발기부전뿐만 아니라 전립선비대증 치료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LG생명과학이 2002년 항생제인 팩티브에 대한 신약승인을 받은 이후 13년 만에 새로운 신약이 탄생합니다. 발기부전치료제 ‘유데나필’의 신약허가신청(NDA)을 위한 미국 식품의약청(FDA)과 사전미팅(Pre-NDA meeting)도 잘 마무리했습니다.”

서울시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메지온 본사에서 만난 박동현 회장(58)은 “2002년부터 개발한 유데나필의 미국 FDA 신약 승인을 위한 마지막 관문만 남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FDA 승인을 받기 위해 7000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10만장에 달하는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라며 관련 서류철을 보여줬다. 한눈에 봐도 방대한 분량이었다. 서류 하나하나에는 임상을 통해 얻은 결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1인당 임상 비용만 해도 1만 달러가 넘는다. 지난 10여년간 박 회장이 쏟아부은 노력과 비용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2002년에 설립한 메지온은 ‘유데나필’이라는 신약 후보물질을 파이프라인으로 보유한 신약 개발업체다. 유데나필은 동아제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의 성분명이다. 국내와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자이데나를 판매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에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의 이력은 독특하다. 뉴욕의 월가 한인 1세대 출신인 그는 깐깐한 금융 전문가로 유명했다. 그러던 그가 신약개발 사업에 뛰어든 계기는 우연에서 시작됐다. 고등학교 때 미국 유학에 나선 그는 예일대를 졸업한 직후 메릴린치에 입사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활동하던 그는 AIG와 함께 AIA캐피탈코리아를 설립했다. 국내 M&A 협상을 추진하면서 동아제약과 인연을 맺었고, 1999년부터 동아제약 사외이사로 활동했다.

그는 “사외이사 시절 동아제약이 자이데나를 국내에서 판매하는 안건을 접했다”라며 “비아그라가 한참 돌풍을 일으킬 때였는데, 자이데나 효능을 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가 신약 개발에 뛰어들어 승인을 받기 직전까지 왔으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생을 했다. 막대한 개발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선 세계 제약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미국을 뚫어야 하는데 임상에만 10년이 걸렸다.

임상이 오래 걸린 데는 박 회장이 국내 제약업계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고집도 한몫했다. 이미 검증된 글로벌 임상 기관을 이용하면 수월했을 텐데 신약 개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국내 기관도 참여하게 했다. 미국 FDA가 여러 차례 현장방문을 통해 국내 기관의 신뢰도를 확인하다 보니 시간도 오래 걸렸다.

박 회장은 “FDA로부터 승인받으면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과 노력을 모두 보상받을 수 있는 곳이 미국”이라며 “캐나다를 포함한 북미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약 25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북미 시장에선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릴리의 ‘시알리스’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4시간에 불과한 비아그라와 달리 유데나필은 지속시간이 24시간에 달한다. 박 회장은 유데나필을 출시하면 시알리스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지온은 유데나필이 신약 허가를 받으면 북미 시장의 10% 이상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연간 2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탄생한다는 의미다. 메지온은 2016년 초부터 북미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하면 연간 매출액의 10%를 런닝 로열티(Running Royalty)로 받는다.

유데나필 신약 승인 이후 판매는 수월하게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판매를 자신하는 이유는 유데나필 효능에 대한 확신뿐만 아니라 든든한 파트너도 함께 하기 때문이다. 미국 현지 파트너인 액타비스(Actavis)사는 최근 제약회사 포레스트 랩(Forest Lab.)을 인수했다. 덕분에 미국 내에 있는 비뇨기과병원 뿐만 아니라 내과, 정신과 등의 다양한 채널에서 영업할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예정대로 순조롭게 진행 중인 유데나필의 신약 승인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올 하반기 메지온이 NDA를 신청하면 미 FDA는 10개월 안에 결과를 통보한다. 현재까지 FDA의 반응을 살펴보면 승인은 무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유데나필의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뿐만 아니라 전립선 비대증과 폰탄 환자에게도 유데나필이 치료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유데나필을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승인받기 위해 올 3분기까지 임상을 완료하고 내년에 임상 3상에 진입한다. 2017년 NDA 신청을 거쳐 2018년에는 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치료제의 전 세계 시장은 연간 60억달러 규모다. 유데나필이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로 승인 받으면 연간 판매 규모가 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회장은 2012년 5월 미국에서 유데나필에 대한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용도특허도 획득했다. 앞으로 유데나필 특허가 만료되기 전 다른 제약사가 동일 성분을 활용한 전립선비대증의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는 “시알리스가 이미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쓰이고 있다”라며 “혈관을 확장하는 기능을 가진 시알리스, 유데나필은 전립선 비대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발기부전증과 전립선비대증을 동시에 치료할 수있는 임상도 진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 알씩 복용해 두가지 질환을 동시에 치료하면 유데나필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유데나필은 폰탄 치료제로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폰탄 치료제는 선천적으로 심장에 이상이 있는 환자가 수술받은 이후 필요로 하는 치료제다. 정상인 사람이 심실 2개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심실이 하나로 태어나는 환자가 있다. 미국에서는 1만9000명에 달한다. 단심실이기 때문에 혈액 순환이 안 돼서 또 하나의 심실을 만들어 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수술을 받아도 20세 전후로 생을 마감한다. 메지온이 치료제 개발을 완료하면 평균 수명을 30세로 연장할 수 있다.

메지온은 미국 국립 보건원의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기관인 NERI와 계약해 유데나필을 이용한 폰탄수술 환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임상 1상에 진입한다. 임상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지원한다. 희귀병 치료제이기 때문에 임상 1상만 끝나면 2상을 생략하고 3상을 진행한다.

박 회장은 “희귀병 치료제이기 때문에 가격이 높아도 보험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라며 “경쟁약도 없고 일부 치료기관만 대상으로 영업하기 때문에 직접 판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동현 메지온 회장은

1956년생으로 서울 출신이다.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와 스탠퍼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마친 후 1985년 미국 메릴린치에 입사했다. 기업 인수·합병 등을 담당하며 투자금융부 이사를 역임했다. 1990년에는 AIG와 합작으로 M&A자문사인 AIA 캐피탈 코리아를 세웠다. 1999년 동아제약의 사외이사를 맡은 인연으로 2002년 메지온을 설립해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