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들`? 전자책시장 위협안돼"..애플의 `뻔한 거짓말`

by이정훈 기자
2012.03.10 02:01:01

법원 의견서 제출..전자책 담합혐의 회피용
"책값 올려 아마존 끌어내릴 것" 잡스 발언에 `발목`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자신들의 경쟁자를 인정하지 않는 오만함으로 악명높은 애플이 이번에는 전자책 가격 담합혐의를 피하기 위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아마존 `킨들`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고 혹평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현지시간) 미 현지 전문매체인 씨넷(CNET)에 따르면 5곳의 출판업체들과 전자책 가격 인상을 담합한 혐의로 미 정부로부터 고발당한 애플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킨들`과 `킨들파이어` 등으로 전자책 시장을 지배해온 아마존은 전자책 가격을 9.99달러 이하로 유지했지만, 애플이 출판사들과 공모해 가격을 이보다 더 높여왔다는 집단소송에 제기됐고 미 법무부도 애플 등을 고발조치하기로 했다.

애플의 이같은 행보는 아마존의 시장 지배력에 대항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됐는데, 이번 의견서에서 애플은 "아마존 `킨들`이 전자책시장에서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는 얘기는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애플측은 "우리가 출판사들과 불법적인 담합을 할 정도로 아마존이 위협적이었다면 우리가 왜 `아이패드`에 킨들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킨들`이 그렇게 위협적이었다면 (`킨들`보다 활용도가 높은) `아이패드`와 같은 다목적 기기를 팔거나 홍보할 때 전자책 판매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그런 합법적 수단이 있는데 왜 굳이 불법적인 담합을 했겠는가"라고도 말했다.

이에 대해 씨넷측은 "애플은 역사적으로 경쟁자들을 깎아내리는 발언을 잘하기로 유명하지만, 논리만 놓고보면 충분히 설득력있는 주장"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를 통해 애플이 스스로를 변호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다름아닌 창업주인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기 전 자신의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에게 했던 발언 때문이다.

실제 잡스 전 창업주는 아이작슨에게 전자책 가격을 끌어올려서 아마존이 전자책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를 끌어내리겠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출판업자들에게 `에이전시 모델을 도입해 당신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우리가 30%를 챙기겠다`고 말했더니 그들도 좋다고 했다"고 말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