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지영한 기자
2010.05.12 05:55:39
이데일리-한국보건산업진흥원 뉴욕지소 공동기획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지난 2007년 11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는 `차세대` 바이오제약기업으로 변신하겠다고 선언했다. BMS는 2년이 지난 2009년 11월 100년 이상 역사의 분유 업체 미드 존슨 뉴트리션을 분사한다고 밝혔다. 바이오제약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삼성그룹은 지난 11일 오는 2020년까지 신사업에 23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전지, LED(발광 다이오드), 의료기기와 더불어 바이오제약을 5대 투자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중 바이오제약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례는 제약업체인 브리스톨 마이어스는 물론이고 전자 관련 제조업으로 성장한 삼성 모두 미래의 먹거리중 하나로 바이오제약, 즉 생물의약품(용어) 을 선택했음을 잘 보여준다.
의약산업 선도 주자인 미국 정부 역시 생물의약품을 차세대 먹거리로 여기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3월 2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한 `건강보험 개혁법`이 많은 반발에도 생물의약품의 자료독점권(용어)을 12년이나 보장한 것은 이를 잘 증명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규정이 아예 없었지만, 건보 개혁법에 포함된 `생물의약품의 가격경쟁 및 혁신법`이 확정되면서 오리지널 생물의약품 보유 제약사는 허가 시점부터 12년간이나 판매 독점권을 누리게 되었다.
이에 대해 미국 바이오협회(BIO)와 미국 제약협회(PhRMA)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복제약 업계를 대표하는 미 제네릭의약품협회(GPhA)와 미국은퇴자연맹(AARP)은 크게 반발했다.
AARP 등은 오리지널 생물의약품에 장기간의 자료독점권을 보장한 것은 값싼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용어) 출시를 지연시키고, 결과적으로 미국 국민의 의료접근성을 높이려는 건보 개혁의 목적에 반하는 조치라고 주장한다.
다산메디켐의 미국법인장인 방한성 부사장은 "미국 정부가 생물의약품에 대한 독점권을 12년까지 준 것은 다국적 기업이나 미국의 산업계가 앞으로 의약산업에서 먹고 살 원천을 게노믹스나 프로테오믹스 등 바이오 부문 특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건보 개혁법`은 오리지널 생물의약품에 12년간의 자료독점권을 부여하되, 동등생물의약품(바이오시밀러)의 기준도 제정, 앞으로 생물의약품의 제네릭(용어) 버전인 동등생물의약품의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오리지널 생물의약품에 일정 기간 자료독점권을 보장해 신약 개발의 매리트를 제공하는 동시에 동등생물의약품 출현을 통한 의약품 가격 인하를 유도, 건보 개혁의 취지를 도모하겠다는 이중의 포석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건보 개혁에 힘입어 미국의 생물의약품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특히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에 거대한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이 `바이오시밀러`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의학·과학분야 전문 출판사 엘스비어(Elsevier)의 스콧 스탠키 국가정책연구국장은 "바이오시밀러가 저렴한 의약품을 원하는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것"이라며 "(제네릭에 잠식돼온) 오리지널 합성의약품 제조사들처럼 오리지널 생물의약품 제조사들도 추후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롭게 열리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한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쟁력을 갖춘 한국의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는 인터페론과 서방형 성장 호르몬 개발에 성공한 LG생명과학과 함께 하루 전 바이오제약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삼성전자(005930)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삼성의 바이오제약 투자는 바이오시밀러에 집중된다.
또 바이오시밀러 `허셉틴`의 사업화가 완성단계에 와 있고, 최근 종합독감 항체 치료제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셀트리온, 세포배양 방식의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 핵심기술인 세포주 확립에 성공한 녹십자, 바이오신약 부문에서 총 9개의 신약을 개발 중인 동아제약 등도 이 분야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 건보 개혁에 포함된 `생물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은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개략적인 방향만 제시했을 뿐 바이오시밀러 시장과 규제기준은 이제 형성 단계에 있다. 따라서 한국은 정부 차원이든 기업 차원이든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간단한 예로 생물의약품 혁신법은 오리지널 허가 보유자와 바이오시밀러 허가신청자 간 정보교환을 의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업체는 허가신청자료는 물론이고, 시판 180일 이전에 판매 계획을 오리지널 업체에 반드시 알려야 한다.
이에 따라 오리지널 업체는 이를 악용, 특허와 관련해 트집을 잡아 시판금지 가처분 청구 등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업체의 시장 진입을 방해할 소지가 많다. 이 때문에 정보교환 의무규정이 `독소조항`이라는 지적까지 벌써 나오는 만큼 한국 기업들은 특허에 대해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합성의약품의 제네릭에 대한 미 식품의약국(FDA)의 품질기준이 근래 점점 엄격해지고 있는 것처럼 새로 허용되는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품질기준도 상당히 강화될 것으로 보여, 품질기준에 대한 준비도 요구된다.
방한성 다산메디켐 부사장은 "한국의 바이오 분야는 학계부터 많은 연구기관까지 상당히 큰 네트워크가 상업화 측면에서 연결돼 있다"며 "바이오와 전통적인 제약(합성의약품)(용어)이 긴밀히 협조하면 건보 개혁의 물결을 타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정부나 국회 차원에서 조사단을 운용해 (한국 바이오 업계의) 고객이 될 수 있는 메이저 제약사의 수요와 한국의 장단점을 해외의 입장에서 조사하고, 그 내용을 한국 산업계에서 피드백되도록 하는 더욱 긴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건보 개혁을 계기로 한국이 `글로벌 라이센싱`(용어)과 `글로벌 아웃소싱`(용어)에 더욱 집중하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리라고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