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가 `할말은 한다`…주총 반대의결권 봇물

by장순원 기자
2009.03.15 09:15:00

사외이사 선임·낮은 배당 등에 적극적 의견표명

[이데일리 장순원기자]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의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에 잇따라 제동을 거는 등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해 관심을 끌고 있다.

15일 자산운용업계 등에 따르면 알리안츠GI자산운용은 19일 예정된 대한통운(000120) 주총에서 감사위원 선임 건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추천된 감사위원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알리안츠운용 보유지분은 0.1%(1만7568주) 규모다.

알리안츠운용은 대한제분(001130)의 정관 일부변경 및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대한제분은 상근감사제를 폐지하고 대신 감사위원회 성립을 위한 정관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알리안츠운용은 현재 주주제안을 통해 회사측에 상근감사를 추천한 상태다. 알리안츠운용은 대한제분의 지분 4.075%(6만8861주)을 보유 중이다.

이원일 알리안츠운용 대표는 "과거 이들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 패턴을 고려했을때 기업들이 선임하려는 사외이사 등이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우리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의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관투자가는 고객의 대리인으로서 수탁자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며 "표결에서 지더라도 계속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리안츠 운용은 이밖에도 리바트(079430)가 배당금으로 230원을 책정한 건에 대해서도 반대했다.

신영자산운용도 20일 개최예정인 한일건설(006440) 주주총회에서 조병수 사외이사 선임건에 반대반대 의결권을 행사키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조 이사의 경우엔 이사회 출석률이 40% 수준이어서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운용은 이사회 출석률이 50% 미만인 사외이사의 경우 재신임을 반대하는 내부지침이 있다. 신영운용은 한일건설 지분 5.5%에 해당하는 62만7863주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PCA자산운용도 메가스터디(072870) 유영만 사외이사 선임 건에 반대했고, 동양투신운용도 호텔신라(008770) 정기주주총회에서 일본인 야마자키 고로우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관련기사☞2009.03.06 15:30 기관투자가, 출석률 낮은 사외이사 `보이콧` 잇따라)

이밖에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도 GS건설(006360) 주총에서 김정만씨를 사외이사로 임명하는 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예정이다.
 
템플턴 측은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 후보로 오른 사람이 얼마전 계열사에서 분리된 LS산전(010120) 대표이사 겸 고문을 5년 이상 지냈다"며 "독립적 의사결정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선임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세이에셋자산운용과 칸서스자산운용도 각각 환인제약(016580), 한국카본(017960) 이사 선임 건에 반대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이 예전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본적으로 수익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운용사 특성상 요즘같은 시기엔 수익률에 1~2%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령 출석률이 몇 % 미만인 사외이사에 대해 반대토록 하는 등 사안별로 의결권 행사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예전보단 명확해진 것도 이런 추세에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