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7.04.14 13:34:31
프로농구 첫 불명예
[조선일보 제공] KBL(한국농구연맹)은 13일 긴급 재정위원회를 열고 창원 LG의 외국인센터 퍼비스 파스코를 영구 제명했다. LG 구단측도 이에 앞서 “이유를 막론하고 파스코의 불미스러운 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퇴단 조치를 내렸다. 12일 현재 올 포스트시즌 12경기에서 기록된 테크니컬 파울은 12개. 그중 11개가 외국 선수의 몫이다. 파스코에 앞서 단테 존스(안양 KT&G)와 애런 맥기(부산 KTF)가 심판에게 거친 행동을 하거나 상식 이하의 행동을 벌여 퇴장당했다. 농구인들은 “구단과 심판, KBL에도 모두 책임이 있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외국 선수들은 구단에 VIP와 같은 존재다. 팀의 한 해 성적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국내 선수가 누릴 수 없는 ‘특혜’를 받는다.
“처음엔 말을 잘 듣죠. 하지만 KBL 3년차 정도 되면 골칫덩어리가 돼요. 처음엔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 가족이 방문하는 걸로 만족하지만, 그 담엔 국내에서 같이 살겠다고 요구합니다. 자식을 데려와 외국인 학교에서 공부시키겠다고 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들어줄 수밖에 없어요. 물론 집이나 관리비, 학비는 모두 구단이 내줘야 불만이 없죠.”
04~05시즌부터 자유계약제도를 시행한 뒤 기량이 좋은 외국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안하무인’격인 행동이 더욱 잦아졌다는 게 구단측의 하소연. “오직 승리만 추구하는 구단 스스로도 책임을 면할 순 없어요. 솔직히 모든 구단이 선수를 데려올 때 뒷돈을 다 줬을 겁니다. 성적을 내야 하니 말썽 부리는 선수도 그냥 놔둘 수밖에 없죠.”
파스코는 “내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모든 잘못을 외국 선수에게 지우는 것만은 없어져야 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12일 경기에서 파스코는 국내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받았다. 국내 선수들은 파스코가 볼을 잡으면 아예 두 손으로 붙잡거나 팔로 때려 그의 다혈질적인 성격을 건드렸다.
한국 선수는 외국 선수에 비해 체격 조건이 열세다. 그렇다 보니 무리한 파울이 많이 나온다. LG 현주엽은 부산 KTF 장영재의 반칙에 대해 “국내 선수끼리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반칙이다. 파울로 상대 외국선수를 코트에서 내쫓으면 칭찬을 듣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 프로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국내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를 조장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외국 선수가 흥분 안 할 수 없는 파울을 할 때가 많아요. 저도 감독이지만, 그런 경우는 코칭스태프가 시키지 않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파스코의 팀 동료 찰스 민렌드는 “외국선수를 맡은 한국 선수들은 농구가 아니라 자극을 주기 위해 상대를 치려고 한다. 하지만 심판들이 반칙을 안 불러주는 경우가 많다. 여러 리그를 뛰어봤지만 거친 파울에 대해 방지를 해주지 않는 것은 KBL밖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12일 경기는 파스코에 대한 반칙이 거셀 것을 대부분 예상한 상황. 한 외국 선수는 “잘잘못을 가리기를 떠나 너무 추한(ugly) 장면이었다. 한국 선수가 그렇게 파울 하는 것도 처음 봤다. 신경을 자극했다. 물론 행패를 부린 파스코도 이해가 안 된다. 충분히 그런 상황이 예견됐는데도 방관하고 제어하지 못한 심판이나 양 구단도 잘못이 크다”고 말했다. 한 구단 관계자는 “LG 파스코나 KTF 필립 리치도 처음엔 다 얌전했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점점 목소리가 높아졌고 과격해졌다. 심판이 잘못에 대해 벌을 줄 땐 확실히 줘야 하는데 왔다갔다 하고, 다른 외국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데도 아무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을 지켜보면서 안 좋은 쪽으로 닮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