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하정민 기자
2006.01.22 13:00:00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최악의 한 주를 보낸 미국 주식시장이 반등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
뉴욕 주식시장이 첩첩산중으로 낀 악재에 갇혀 고전하고 있다. 잇따른 기업들의 실적 부진, 이란 핵 문제로 인한 국제 지정학적 위험 고조, 유가 상승, 부동산 경기 둔화 가능성 등이 투자자들의 매도 공세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다우는 2.7%, 나스닥은 3%, S&P500은 2% 하락했다.
`검은 금요일`이라 평가받는 20일 하루동안에 다우는 200포인트 이상 급락, 2년10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고, 나스닥 낙폭 역시 2년4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년 급등 장세의 상승분은 물론이고 지난해 11월 랠리에서 번 것까지 절반 가까이 날린 셈이다.
더욱 문제는 이번 주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주 주가 급락을 이끈 요인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데다 이번 주 실적 발표 기업이나 경제지표 전망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
이번 주에는 S&P500 포함 종목 중 141개 기업과 다우 지수 소속의 13개 기업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종목은 미국 1~2위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 화학업체 듀퐁 등이다.
기술주 진영에서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퀄컴, 브로드컴, 알테라와 같은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성적표를 내놓는다.
경제지표로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공개된다. 10분기 연속 4%대 성장을 이어오던 미국 GDP가 11분기 만에 2%대로 추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주식시장이 설사 반등한다 해도 기술적 반등으로 평가절하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GM-포드, 실적 부진 벗어날 수 있을까
지난해 고유가와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던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이번주 성적을 발표한다.
한 주의 첫 날인 23일에는 미국 2위 자동차업체 포드(F)가 실적을 공개한다. 강도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포드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1센트, 매출 전망치는 373억달러다.
목요일인 26일에는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제너럴 모터스가 나선다. GM은 포드와 달리 4분기에도 적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GM의 4분기 매출 및 순손실 전망치는 각각 418억달러, 15센트다.
24일 개장 전에는 화학회사 듀퐁(DD)이 실적을 공개한다. 듀퐁은 이미 2주 전 실적악화 경고를 내 놔 월가를 실망시킨 전력이 있다. 듀퐁의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1.04달러, 매출 전망치는 120억9000만달러다.
◆TI-퀄컴, 기술주 반등 기틀 마련해줄까
기술주 진영에서도 쟁쟁한 종목들이 대기하고 있다. 23일에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도 실적을 발표한다. 매출 및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36억4000만달러, 42센트다.
25일에는 퀄컴(QCOM)이 나선다. 매출 및 주당 순이익 전망치는 각각 17억5000만달러, 38센트다.
26일 브로드컴(BRCM)은 주당 순이익 44센트, 매출 7억7800만달러의 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주말까지 S&P500 소속 기업 중 19%인 95개 기업이 실적을 발표했다. 이중 58%는 월가 애널리스트 예상치를 웃돌았고, 기대 이하는 24%에 불과했다.
기술주의 경우 20개 S&P500 기업 중 14개 기업이 예상치를 웃돌았다. 그러나 예상치를 밑돈 단 4개의 기업 속에 간판 스타 인텔과 야후가 포함됐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러나 몇몇 블루칩들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주 TI나 퀄컴이 우수한 성적을 발표해 준다면 침체에 빠진 기술주 진영에 새 바람을 몰고올 수 있을 전망이다.
◆4분기 GDP, 11분기만에 2%대로 하락 예상
경제지표 전망은 좋지 않다. 한 주의 마지막인 27일에는 4분기 GDP(국내총생산) 증가율이 발표된다.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문가 예상치는 2.7%에 그쳐 3분기 4.1%에 크게 못 미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4분기 성장률 급락 예상과 관련, 수개월째 이어진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소비 위축의 후유증이 나타난 결과라고 평가한다. ISI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에드 하이먼은 "금리인상에 에너지 비용 증가까지 감안하면 성장률 정체는 분명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주택관련 지표도 빼놓을 수 없다. 25일 발표되는 작년 12월 기존 주택판매와 27일의 신규 주택판매가 그 주인공. 지난 주 12월 신규 주택착공 급감에서 확인할 수 있듯 부동산 경기의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기존 및 신규 주택판매 전망도 좋지 않다. 기존 주택판매 예상치는 690만채로 한 달 전 697만채보다 낮다. 신규 주택판매 역시 작년 11월 125만채에서 120만채로 줄었을 전망이다.
이 외 26일에는 주간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와 12월 내구재 주문이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