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조선일보 기자
2004.01.24 17:17:23
[조선일보 제공] 지난 2000년 총선 때 낙선·낙천운동으로 행동통일을 했던 시민단체들은 올 총선에선 상당수 시민운동가들이 기존 정당 공천을 받아 직접 출마하는가 하면, 유권자 운동도 단체별로 낙선운동, 당선운동 등으로 갈리는 등 총선 참여 방식이 분화되고 있다.
◆시민운동가들 출마 러시..3당 159명 공천신청…명망가는 거의 없어
올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로서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시민운동가들의 대거 출마 현상이다.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이번 총선에서 각 당에 공천을 신청, 한나라당에 49명, 민주당 32명, 열린우리당 78명 등 모두 159명이 공천신청서를 접수시켰다.
87년 이후 2000년 총선까지는 전통적 의미의 재야 민주화 운동가들이 정치권의 수혈대상이었다면 올해 총선에서 그 대상은 시민운동가들이다. 민주화운동 세력의 바통을 이어받은 ‘NGO 세대’의 첫 원내 진출을 시도하는 선거라고 할 수 있다.
한나라당에는 조춘자 충남여성단체협의회장, 노미혜 녹색연합녹색사회연구소 이사, 서정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울산지부 회장 등 49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민주당에는 황승택 부정비리추방시민연대 공동대표, 박재완 정의실천국민연대 대표, 이화용 환경보호운동국민운동본부 영등포회장 등 32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열린우리당에는 이경숙 전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가 일찌감치 합류했으며, 각 지역의 시민운동가 78명이 공천을 신청했다.
이처럼 여·야 3당에 159명이란 유례 없이 많은 시민운동가들이 총선에 나섰지만 이런 흐름이 시민단체들의 정책변화 등에 따른 현상으로 보긴 어려운 측면이 많다.
각 당이 영입을 위해 각별한 공을 들였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등 ‘스타급’ 시민운동가들은 끝내 총선 출마를 고사했고, 공천신청을 한 시민운동가들은 대부분 지역이나 실무활동가급들이기 때문이다.
NGO를 대표할 만한 명망가들은 정치에 뛰어들 경우 자신들이 속했던 시민단체의 정치적 중립성에 부담을 준다는 것 등을 고려해 정치권 진입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출마하는 시민운동가들은 시민운동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정치진출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에서 출마하는 김광식 전 대전환경운동연합 의장은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는 정치적인 힘이 없다 보니, 시민운동이 대안없는 비판운동에만 머무를 위험성이 크다”고 말했다.
◆ 유권자 운동은 당선·낙선운동으로 분화
올 총선에서 각 시민단체들은 제각각 당선운동, 낙선운동, 후보자 정보공개운동, 공명선거운동 등을 펼치겠다고 밝히고 있다.
최열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와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 일부 시민단체 명망가들이 주축을 이룬 ‘물갈이연대’는 당선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단체가 아닌 개인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어 활동력이 떨어지고, 국민후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흐름인 ‘낙선운동’을 벌일 ‘2004년 총선국민연대’에는 참여연대 외에 녹색연합, 문화연대 등 20여 단체가 단체 차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00년에 1000개 넘는 단체가 참여한 반면 올해는 참여 단체 수가 아직 20여개에 머물고 있다.
경실련, 공명선거실천시민협의회(공선협), 바른사회를 위한 시민회의 등은 당선·낙선운동 대신 후보자들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하는 정보공개 운동이나 공명선거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 이렇듯 시민단체들의 유권자 운동 노선이 갈리면서 그 파괴력이 지난 총선 때만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