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라덴의 미디어 전략, 과연 성공할까

by김윤경 기자
2001.10.09 07:20:36

[edaily] 지난달 11일 전세계를 테러의 공포 속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의 또다른 놀라운 능력은 바로 그의 능수능란한 미디어 전략이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의회 연설에서 전세계를 향해 "당신 아니면 나, 우리중 하나는 테러리스트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테러리즘에 대한 자신과 미국의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빈 라덴은 지난밤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 모습을 통해 "세계는 두개의 지역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위선이 없는 신실한 세계, 다른 하나는 무신앙의 세계"라고 부시의 말을 비틀어 말했다. 부시는 자신의 강경한 의회 연설을 통해 40개국의 지원을 업을 수 있었다. 라덴은 지난 밤 비디오테이프 연설에서 아랍 국가들이 미국과 손잡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무슬림은 종교를 위해 단결해야 한다"고 역설, 이같은 통합된 힘을 원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라덴의 비디오테이프 연설은 그의 지지자들의 신뢰를 강화시킬 수도 있지만 혹은 그들을 그로부터 멀리하도록 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라덴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는 카타르에 있는 알 자지라에 전해졌고 미국과 영국의 공습 직후 이는 위성을 통해 바로 전세계에 방송됐다. 여기서 라덴은 명백히 아프가니스탄의 산악 은신처에서 말하고 있었다. 그의 발언속에서 라덴은 팔레스타인-이스라엔간 분쟁에 연관돼 있으면서 미국에 의해 지원받는 비종교적인 아랍 정부에 대해 투쟁하는 원칙주의자로 비춰졌다. 그는 "미국은 사방으로부터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신께 감사하게도 미국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것은 그들이 경험하는 것이 복사본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국제법 및 외교학 교수인 루스 웨즈우드는 라덴의 이같은 발언은 노골적으로 불법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합법적인 동의를 구성해 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라덴의 비디오테이프 메세지는 명백히 미국인들을 겨냥하는 강경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사우디 반체제 조직의 모하마드 알-마자리는 말한다. 그는 "라덴은 미국인들에게 우리가 여기에 있고, 우리는 계속해서 투쟁할 것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라덴의 이같은 발언이 동의를 얻을 수 있는 근거로는 많은 무슬림들이 라덴의 전략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의 입장에도 불평이 많기 때문이라고 미국-이슬람 관계 연구회의 니하드 아워드는 지적한다. 그 또한 "라덴은 합법적인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비합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한다. 글로벌시큐리티의 존 피크는 라덴의 비디오테이프는 라덴과 그의 조직에 대한 일종의 지적가치를 만들어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그들은 마치 5월절 퍼레이드에 레닌의 묘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옛 소련학자들의 모습과 유사하다"면서 "그들은 사람들에게 위계질서와 역할에 대한 인식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피크는 그러나 이러한 정보는 라덴의 네트워크와 조직의 임무를 분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클린턴 행정부의 국가보안위원회 스탭으로 일했던 다니엘 벤자민도 라덴의 비디오테이프에 담긴 정보에 회의적이다. 그는 "아마 사람들에게 있어 신념의 랠리를 가져올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만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