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10.08 05:00:00
24년째 5000만원에 묶여 있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논의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예금자보호한도를 높이자는 이야기는 국감 때마다 단골 메뉴로 나올 정도로 자주 있었지만 2001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된 이후 변화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자 목소리가 또 커지기 시작했고,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시 부각됐다.
한도 상향에 찬성하는 측은 달라진 경제 여건을 꼽고 있다.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 5570달러(약 4742만원)로 2001년 1만 2000달러(약 1599만원) 대비 약 세 배가 됐다. 소득 증가로 예금이 늘면서 보호한도를 초과하는 예금 비중도 꾸준히 늘어 올해 3월말 기준 전체 예금의 49.7%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고객들이 여러 금융회사에 쪼개서 돈을 맡기는 경우도 흔하다. 실제로 예금자 1인당 평균 약 7.4개의 금융사 계좌를 보유중이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보호한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의 예금보호 한도는 25만달러(약 3.3억원), 영국은 8만 5000파운드(약 1.5억원), 일본은 1000만엔(약 9천만원)이다. 한국의 2~6배가량이다.
반대 의견도 물론 있다. 예금보호한도를 높일 경우 금융사의 보험료 부담이 커지고 이는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도 상향시 소수의 고액 예금자만 혜택을 입는다는 시각도 있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2023년 9월 기준, 보호한도 내에 있는 은행권 예금자 수 비율은 97.8%다. 보호대상 예금액은 전체의 절반 정도지만 예금자를 기준으로 보면 이미 대다수가 보호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라 경제규모 등 전체적으로 볼 때 현재의 보호한도가 낮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예금자 수를 기준해 대부분이 보호받고 있다는 주장은 쪼개기 예금 관행을 감안할 때 한도 상향을 반대하는 논리로 부족하다. 다만 일부에서 지적하는 비은행권으로의 급격한 자금 이동 및 고위험 투자 확대 등 부작용을 감안해 업권별, 상품별로 한도를 차등화하는 등 보완조치를 병행한다면상향 작업은 이제라도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