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잡기 위해 수도권 대출한도 '확' 줄인다[위클리금융]

by송주오 기자
2024.08.24 06:00:00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시 가산금리 차등
수도권 1.2%p·지방 0.75%p 적용
5대은행 잇단 금리인상에도 가계대출 안 줄어 효과 미지수

[이데일리 송주오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수도권 대출 한도를 대폭 줄인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대출 수요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일각에서는 역차별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사진=연합뉴스)
금융위원회는 9월 1일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하되,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당초와 달리 더 높은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는 예정대로 0.75%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도권 지역에 집을 사려는 신규 대출자의 대출 한도가 비수도권 한도보다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연소득 1억원인 직장인이 변동금리(연 4.5%)로 30년 만기 분할상환 대출 시 1단계 DSR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 가량이지만, 가산금리 1.2%를 적용하면 한도가 5억7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원래 계획대로 0.75%포인트가 적용되는 비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6억400만원으로 3000만원 더 많다. 스트레스 DSR 도입 전과 비교하면 수도권 주담대 대출 한도는 4200만원이 감소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DSR 37~40% 수준의 차주에 한해 일부 대출 한도 축소 등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최근 대다수를 차지하는 고정 금리(혼합형·주기형) 주담대의 경우 스트레스 금리의 일부분만 반영되기 때문에 실수요자 불편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또 이달 말까지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한 차주 등에 대해선 1단계 스트레스 금리(0.38%)가 적용된다.



금융당국의 이번 조치는 가계대출이 꺾이지 않아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96조2000억원으로 분기 말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가계신용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4~6월 사이 13조5000억원이 늘어 1780조원이 됐다. 2분기 말 제2금융권 등을 포함한 전체 주담대 잔액은 1092조7000억원으로 1분기 말에 비해 16조원 불었다. 은행권 주담대 잔액은 같은 기간 698조4000억원으로 16조7000억원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만 보면 6월 552조2000억원에서 7월 559조8000억원으로 5조원 넘게 불어났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책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 수요를 잡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 7월초부터 최근까지 무려 20차례 이상 금리를 올렸지만, 가계대출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금리가 가장 낮다’는 인식을 만들어줘 대출수요를 당기는 역효과를 낳았다.

은행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잦은 금리 인상으로 이자이익은 늘고 있는 와중에 한도 감소로 리스크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차주만 고통스러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