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6.21 05:00:00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제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양국 간에 기존보다 대폭 격상된 관계가 설정된 것이다. 어제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조약은 “일방이 개별적인 국가 또는 여러 국가들로부터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는 경우”에 “타방은 지체 없이 보유하고 있는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자동 군사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어 북·러 간 동맹 관계가 28년 만에 복원된 셈이다. 1961년 체결 후 1996년 폐기된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에서 “유사시 지체 없이 온갖 수단으로 군사원조를 제공한다”고 했던 조항이 거의 되살아났다. 이후 이를 대체해온 ‘친선·선린 및 협조 조약’에는 “침략당할 위기 시 쌍방이 즉각 접촉한다”고만 규정돼 있었다. 북·러는 양국 법 및 자위권을 보장한 유엔 헌장 51조를 근거로 내세웠지만, 무력도발과 전쟁을 서슴지 않는 두 나라 간 조약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우리 안보 환경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한미일 동맹에 맞서 북·러가 밀착함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고조된 셈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후광을 업고 각종 군사적·비군사적 도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위험도 커졌다. 무엇보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부추길 수 있다. 미국 대선을 한두 달 앞두고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미국 쪽에서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할 경우 안보 환경은 또 한 번 요동칠 수 있다.
중국이 한미일 동맹을 견제하면서도 북·러 관계에 제3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의 동북아 블록 간 전면 대치는 현실화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용 군수물자 조달의 시급성 때문에 북한과 밀착하고 있지만 전쟁이 끝난 뒤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로서는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면서 중국과의 원만한 외교 관계에도 신경 써야 한다. 러시아와도 비군사적 교류 확대를 위한 외교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