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립의료원 연봉 2배 올려도 의사 안와"…당정 '건전한 긴장관계' 필요

by양희동 기자
2024.05.13 06:00:00

UAE 출장 중 9일 아부다비서 동행 기자간담회 열어
의료개혁 "국민, 필요성 절감…증원 숫자는 협의해야"
총선 참패 원인 ''전략 실패''…지속적 ''외연 확장'' 필요
한동훈 비판 지적엔 선긋기…거취는 "본인이 알아서"

[아부다비(UAE)=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정부 의료 개혁의 방향은 대체로 맞지만, 의료계와 협의를 통해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 나가야 할 단계에 와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5박 7일(5월 5~11일)간의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추진 중인 의료 개혁과 관련, 의대 정원 확대 등 방향성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단 입장을 밝혔다. 또 4·10 총선 패배와 관련해선 중도층 등 ‘외연 확장’과 당정 간 ‘건전한 긴장 관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 9일 오후 아부다비에서 중동 출장 동행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세훈 시장은 지난 9일 오후 6시 40분(이하 현지시간)부터 UAE 콘레드 아부다비 호텔에서 가진 출장 동행 기자간담회에서 의료 개혁과 정치 현안, 시정 전반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시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지난 3년 동안 서울시 산하 시립의료원 몇 군데의 공석인 의사분들을 자리를 다 채우지 못했다”며 “원래 주던 인건비의 2배 정도를 올렸는데도 지원하시는 분 자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사 수급 문제라고 볼 수 밖에 없다”며 “공급이 충분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고 그런 관점에서 처음부터 (의대 정원 확대를)찬성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구체적인 숫자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오 시장은 “구체적으로 숫자나 이런 걸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의미도 없다”며 “다만 많은 국민들이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이 4·10 총선에서 참패한 이후 취임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이 ‘보수 정체성 강화’를 언급한 부분에 대해선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 시장은 “당의 정체성보다는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당을 운영하지 않으면, 요즘 유권자들은 선거 직전에 당에서 나오는 메시지를 갖고 설득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평소에 선거에서 표를 많이 얻고 싶다면 설득력있는 행보와 내실있는 정책으로 꾸준히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

여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중진으로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오 시장은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당의 중진으로서 내가 오히려 당을 견인해야 될 입장에 있고, 지금 선거에서 상당히 많은 의석 차이로 총선을 패배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한 의견 표명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전당대회를 앞두고 치열한 노선 투쟁이 있을 것이고, 당내에서 여러 해법이 나오겠지만 자연스럽게 외연 확장 쪽으로 정리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오 시장이 ‘운동권 심판론’ 등 총선 전략 실패를 지적한 부분에 대해선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오 시장은 “외연 확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을 충분히 가동했는지, 오히려 거꾸로 간 것은 없는지, 부족하면 다음엔 어떻게 해야되는지 등을 논의해야한다”며 “그런 관점에서 프레임 전쟁에서 졌고 야당은 당연히 정권 심판론을 제기한 게 예측 가능한 선거 전략인데 이를 회피해 심판론 안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의 프레임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갔다고 한 말이 무슨 한동훈을 비판했다고 기사가 나왔는데 당연히 할 말을 한 것”이라며 “(한동훈 위원장의 거취는)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추경호 의원에 대해선 정부와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주문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선거가 끝나고 주로 영남 지역에서 다수가 당선됐고 수도권은 많이 위축된 상태”라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영남의 대표성을 가지고 원내대표가 됐다”고 평가했다. 당정 관계에 대해선 “지금까지 우리 당이 당정의 일치 내지는 화합 쪽에 무게가 실리도록 당 운영을 했는데, 그 결과가 선거로 나타났다”며 “당정 간 논쟁이 치열하게 붙을 부분은 붙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는 건전한 긴장관계가 가장 바람직한 당정 관계이고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