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4.03.05 05:00:00
미국·일본 증시와 한국 증시의 명암이 크게 엇갈리면서 한국 증시의 슬럼프 탈출 여부가 핫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미·일 증시가 유례없는 초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과 한국 증시는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정책에도 불구,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코스피 지수는 어제 연초 수준과 비슷한 2677.??로 끝나면서 사상 최고치(2021년 6월 25일, 3302.84)의 약 80% 수준에 그쳤다. 뉴욕 증시에서 S&P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지난 주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도쿄 증시의 닛케이평균이 어제 사상 처음으로 4만선을 돌파하며 최고치를 또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 증시의 부진은 경기 침체와 남북한 관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투자 분위기에 영향을 끼친 것과 무관치 않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개별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 가능성을 무엇보다 중시한다는 점에서 볼 때 기업 실적 부진이 박스 장세의 큰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블룸버그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공개된 작년 4분기 실적에서 미국 S&P 기업의 79%와 일본 닛케이평균 구성 기업의 50%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한국 증시는 같은 기간 코스피 기업의 22%, 코스닥 기업의 11%만이 어닝 서프라이즈에 성공했을 뿐이다.
정부가 우리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중시하고 지난달 26일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프로그램’을 내놓는 등 여건 개선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금융 당국이 주주 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는 좀비 기업의 퇴출 절차 단축을 검토 중인 것 역시 호재다. 최장 4년이 넘게 걸릴 수 있는 좀비 기업 퇴출 시간이 줄어들면 투자자 피해를 덜고 증시 신뢰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보완책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다. 정부 정책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 해도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도 개혁에 힘 쏟는 것은 정부 몫이지만 투자 매력을 높일 1차 책임은 기업에 있다. 더 많은 한국 기업이 기술 혁신과 신시장 창출을 바탕으로 증시의 초호황 시대를 견인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