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23.11.22 05:00:00
민주당이 국회 산자위 예산 심사과정에서 윤석열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예산 7개 항목, 1831억원을 단독으로 전액 삭감했다. 문재인 정부시절 고사위기에 몰렸던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 수출을 위해 새로 편성한 예산들이다. 반면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추진했던 신재생 에너지 사업과 ‘문재인표’ 한전공대 예산은 대폭 증액해 통과시켰다. 100년 대계인 에너지정책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333억원 규모의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SMR) 연구개발 예산을 삭감한 일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인 SMR은 발전량이 500메가와트(MW)급 이하 소형 원전으로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경제성이 뛰어나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들도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 탈원전을 표방한 문 정부에서조차 SMR개발을 외면하지 않았고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도 이를 공약에 포함했을 정도다. 그래 놓고 정권이 바뀌니 관련 예산을 전부 깎겠다고 하니 ‘보복성 칼질’이라는 비판을 피할 길 없다.
‘탈원전’은 문 정부의 대표적 정책실패 사례다. 교조적 이념에 갇혀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했고 7000억원을 들여 거의 새로 만든 신한울 3·4호기를 경제성 평가 조작을 통해 폐쇄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생태계를 무너뜨렸다. 그러면서 국내 실정에 맞지 않는 태양광 등 고비용 저효율의 신재생 에너지를 무리하게 확대했다. 그 부작용은 전기요금인상과 전력계통 불안, 한전의 대규모 적자 등으로 이어지며 국민에게 천문학적 부담을 떠안겼지만 야당 어디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눈부신 산업화를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한데는 원전이라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미국과 유럽이 원전을 친환경 무탄소 에너지로 인정하는 등 전 세계 에너지정책도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정부의 ‘탈원전 폐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전형적인 국정 발목잡기다.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흔들고 미래를 볼모로 실패한 정책을 다시 고집하는 민주당의 예산독주를 국가 자해행위로 규정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