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건설주 덜어낸 국민연금…8월엔 '이것' 담았다

by김응태 기자
2023.08.04 05:40:00

국민연금 이달 16개 종목 보유 지분 조정
식음료·유통, 건설주 등 7개 종목 지분 축소
마진 악화 및 정부 규제 영향 종목 기피 확산
정유, 항공, 조선 등 업황 개선주 보유 비중 확대
한국항공우주 등 방산주, 정책 수혜에 관심↑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국민연금이 이달 들어 유통주와 건설주 보유 지분을 줄인 대신, 정유와 조선주 보유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진과 업황 악화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줄인 반면 하반기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종목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16개 종목의 보유 비중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중 9개 종목은 비중을 확대하고, 나머지 7개 종목은 줄였다.

식음료와 유통, 건설업 중심으로 보유 지분을 축소했다. 하이트진로(000080)의 보유 비중은 5.7%에서 4.67%로 1.03%포인트 줄었다. 편의점 사업 등을 영위하는 GS리테일(007070)의 보유 비중도 9.98%에서 8.96%로 감소했다. 건설주 중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보유 비율이 6.5%에서 5.49%로 1.01%포인트 내려갔다. DL이앤씨(375500) 역시 10.6%에서 9.98%로 0.62%포인트 소폭 떨어졌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식음료·유통주 비중을 줄인 건 러시아의 곡물협정 탈퇴와 폭우 등으로 먹을거리 물가가 상승한 반면 정부의 물가 잡기 압박이 심화하면서 마진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기에 물가 급등으로 불황형 소비가 확산한 것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식품 가격 인상 자제 요청이 주류, 라면 및 제분, 유제품 등 다양한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며 “정부의 개입으로 음식료 업종에 대한 투자 논리가 훼손됐고 주가와 실적 전망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소비 단가를 낮추는 불황형 소비가 올해 들어 늘어나면서 객단가가 하락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주 비중을 줄인 것은 주택 시장 침체가 이유로 손꼽힌다. 증권가에 따르면 상반기 아파트 분양은 7만5000세대로 지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하반기 분양 물량은 23만 세대로 예정돼 있지만 지방 분양 비중이 늘어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정부가 GS건설(006360)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민간 아파트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도 투심을 위축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부실 공사에 대한 대응 등에 따라 마진 개선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주택주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유통주와 건설주 지분 축소에 따른 공백을 업황 개선을 전망하는 종목으로 채웠다. 정유주가 대표적이다. 하반기 정제마진 개선 본격화가 기대되는 S-Oil(010950)의 보유 비중을 6.91%에서 7.29%로 확대했다. 또 여객 시장 성수기인 올 3분기부터 실적 성장이 예상되는 대한항공(003490)의 보유 비중을 6.27%에서 7.32%로 늘렸다.

조선주도 적극 담았다. HD현대중공업(329180)의 보유 지분은 6.01%에서 6.38%로. 삼성중공업(010140)은 7.04%에서 8.05%로 상향했다. 신조선가 상승과 수주 호황으로 건조량이 증가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조선주 보유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조선사 중장기 실적 개선의 핵심인 신조선가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 하반기에도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 모멘텀은 견조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정책 수혜주에 대한 긍정적인 접근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방산주에 속하는 한국항공우주(047810)의 보유 비중을 10.13%에서 10.3%로 소폭 늘렸다. 항공항공우주는 정부 수출 지원에 힘입어 폴란드 ‘FA-50’ 12대 납품을 비롯해 이라크 기지 재건 등에 따른 매출이 올 3분기부터 인식되며 실적 턴어라운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국민연금은 △CJ대한통운(000120)(8.77→7.96%) △동국홀딩스(001230)(5.41→4.38%) △GKL(114090)(11.02→9.99%) 등의 지분을 축소했다. 반면 △현대백화점(069960)(6.93→8.15%) △현대해상(001450)(9.98→10.02%) △세아베스틸지주(001430)(6.1→7.11%) △파크시스템스(140860)(4.95%→5%) 등은 보유 비중을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