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꺼지는 공모주 시장…바이오는 스팩주보다 저조
by김응태 기자
2023.08.01 06:00:00
가격제한폭 변동 후 상장기업 11곳 중 4곳 공모가 하회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상장 당일 공모가 밑돈 종목 3개
상장 첫날 급등 후 낙폭 확대 패턴 반복에 투심 악화
2차전지 수급 쏠림 현상도 공모주 투자 저조에 영향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까지 상승 가능한 공모주 시장의 투자 열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당초 상장 당일 세자릿수 이상 상승률을 보였던 종목이 다수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상장 당일에도 하락 마감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새내기주의 주가가 급등한 이후 큰 폭 조정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투자 열기가 가라앉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2차전지주 광풍에 투자 자금이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주춤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3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상장 첫날 가격제한폭이 확대된 지난달 26일 이래로 국내 증시에 상장한 새내기주(스팩주 제외)는 11개다. 이중 공모가 대비 이날 종가가 하락한 업체는 4곳(36.4%)으로 집계됐다.
공모가 대비 현 주가의 하락률이 가장 큰 업체는 버넥트(438700)였다. 지난 26일 상장한 버넥트(438700)는 이날 1만1330원에 거래를 마쳐 공모가(1만6000원) 대비 29.19% 떨어졌다. 뒤이어 지난 24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뷰티스킨(406820)은 이날 2만3150원으로 마감해 공모가(2만6000원)보다 10.96% 하락했다. 이외에도 오픈놀(440320)과 에이엘티(172670)는 공모가 대비 각각 15.6%, 5.2% 내렸다.
상장 당일에 공모가보다 주가가 더 낮은 업체도 3곳이나 됐다. 지난 27일 상장한 파로스아이바이오(388870)는 상장 첫날 8730원을 기록해 공모가 대비 37.64% 하락했다. 버넥트는 상장일에26.88%, 에이엘티는 9.8% 각각 내렸다. 하나29호스팩(454640), 유안타제14호스팩(450940) 등 상장 첫날 한자릿수의 상승에 그친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종목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상장 당일 200%가 넘어 화제를 모았던 종목들 역시 큰 폭의 되돌림 흐름을 보였다. 가격제한폭 변동 후 첫 상장 타자였던 시큐센(232830)은 상장일 공모가(3000원) 대비 205.0% 상승한 9150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현재는 26.17% 수준의 오름폭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4일에 상장한 필에너지(378340)도 상장일 공모가(3만4000원)보다 237.06%까지 올랐지만, 이날 종가 기준 상승률은 91.76%다.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60~400% 수준으로 대폭 확대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공모주 시장 거품이 점차 꺼지는 양상이다. 대부분의 종목이 상장 첫날 급등 후 다음 거래일부터 급락하는 경향이 반복되자, 투자 심리가 점점 둔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거래일이 지속될수록 상장 첫날 급등한 가격이 안정화 되고 있다”며 “신규상장일 기록한 주가가 기업가치의 적절한 반영인지, 새 제도 시행이라는 신장개업 효과인지가 거래일이 지속될수록 명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이달 에코프로(086520) 등 2차전지 광풍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옅어지는데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에코프로는 31일 120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달 말(75만4000원) 대비 60.07% 오른 결과다.
상장 첫날 특수가 사라지면서 투자자들은 실적, 상장 직후 유통물량을 비롯한 단기 수급 등 개별 종목 이슈를 꼼꼼히 따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하회한 세 종목 모두 지난해 이익을 내지 못했거나 상장 직후 유통물량 비중이 높은 업체였다. 파로스아이바이오와 버넥트는 지난해 1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에이엘티는 상장 직후 유통가능 물량이 전체 상장주식수 대비 45.66%로 높은 편에 속했다. 여기에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전환사채(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이 행사될 경우 유통가능 물량은 51.2%로 절반을 넘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