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권효중 기자
2023.07.19 06:00:00
순식간에 14명 목숨 앗아간 청주 오송 지하차도
홍수 예보에도 통제 시스템 제대로 작동 않은 ‘인재’
안전 시스템 제대로 정착돼야 되풀이 막을 수 있어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지난 15일 충청북도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리면서 청주 오송의 궁평제2지하차도가 순식간에 물에 잠겼다. 사고 나흘째인 18일 현재까지 발생한 사망자는 14명이며, 이들 중 일부는 이날 발인이 이뤄졌다.
전날 찾아간 청주 일대 곳곳에는 수마가 할퀴고 간 흔적이 처참히 남아있었다. 길 곳곳에는 토사가 남아 있었고,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슬픔과 황망함을 억누르며 빈소를 지켰다. 이들은 “비가 온다고 그렇게 재난문자가 왔는데, 왜 미리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냐”며 비통해했다.
실제로 사고 당일 새벽부터 미호천교에는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인근 주민들의 119 신고 등도 이어졌다. 그럼에도 궁평제2지하차도에 대한 아무런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747 버스’를 포함, 차량 여러 대는 약 2분여 만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
이러한 인재(人災)로 인해 시민들이 숨졌지만, 관할 지자체인 충청북도와 충주시, 금강홍수통제소 등은 여전히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책임 소재를 밝히기 위해 경찰청이 전담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국무조정실은 별도 감찰에 착수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문책을 언급했지만 ‘막을 수 있었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슬픔을 달랠 길은 없을 것이다.
시민들의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이들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규모 인명 참사가 벌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폭우로 인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참사’ 가 있었고, 같은 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는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이라는 예측과 112 신고들에도 불구,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158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국가가 없던 그곳엔 ‘의인’들이 있었다. 물이 찬 도로를 돌아나가며 다른 운전자들의 진입도 말려 추가 피해를 막은 시민,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이들을 도운 화물기사, 그리고 마지막까지 창문을 깨며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 숨진 버스기사까지. 특히 장례식장에서 만난 버스기사의 친구와 동료들은 입을 모아 그의 희생을 안타까워했다.
언제까지나 이러한 의인들에게 기적을 맡길 수는 없다. 예방과 대응이 제대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통해 시민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사회와 국가 곳곳에 자리잡아야만 인재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