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와이프 둔 남편과 몰래 녹음기 설치한 아내, 누가 더 잘못?[양친소]
by최훈길 기자
2023.06.17 08:00:00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김아영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
| 양소영 법무법인 숭인 대표 변호사. △20년 가사전문변호사 △한국여성변호사회 부회장 △사단법인 칸나희망서포터즈 대표 △전 대한변협 공보이사 △‘인생은 초콜릿’ 에세이, ‘상속을 잘 해야 집안이 산다’ 저자 △YTN 라디오 ‘양소영변호사의 상담소’ 진행 △EBS 라디오 ‘양소영의 오천만의 변호인’ 진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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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와이프는 같은 직장에서 만난 남녀가 동료가 아닌 애인 사이가 된 것을 말하죠. 업무상 만난 것을 뜻하니 같은 직장이 아니더라도 거래처가 될 수도 있겠네요. 출근 후 퇴근 전까지 집 밖에선 어떻게 지내는지 배우자는 알 수 없으니 그 점을 이용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입니다.
△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성관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2015년 폐지돼 지금은 없어진 형법 241조 간통죄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간통죄의 경우 성관계를 가져야 죄가 성립됐습니다. 성관계 증거를 수집하려고 모텔방을 급습하는 활극이 벌어지기도 했죠.
하지만 민법 840조 재판상 이혼 사유에서 부정행위는 간통죄보다 그 범위를 넓게 인정합니다. 연인 사이에서 부를 수 있는 ‘자기, 여보’와 같은 애칭, 교제하는 남녀에서나 할 법한 데려다주는 것이나 업무 이외의 사적인 연락, 만남 모두 부정행위입니다.
△동의 없이 남편 휴대폰 잠금을 해제한 아내의 행위는 불법 행위입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2조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유사한 사건에서는 100만원 벌금형이 선고됐습니다. ‘누구든지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설령 잠금이 걸려 있지 않고 휴대폰만 만지면 바로 대화를 볼 수 있는 상태여도 정통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비밀 등의 보호 위반’에 해당합니다.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에 의해 처리 보관 전송되는 타인의 정보를 훼손 비밀 침해 도용 누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송하거나 자신의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메신저 내용을 취득한 행위 자체가 타인의 비밀을 침해 누설한 것입니다.
△최근 법원은 아내 차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습니다. A씨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혼소송에 필요한 증거 확보를 위해 아내의 자동차 운전석 밑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두었는데요. 이 사안 역시 녹음기에 배터리가 나가 전원이 꺼진 바람에 대화를 녹음하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생활 및 통신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보호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사회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며 유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사연자의 경우에도 비록 녹음 자체는 성공하지 못했더라도 녹음기를 설치하는 행위 자체가 이미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죄 판결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아무리 소송에 제출할 증거를 수집할 목적이더라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집하는 것은 우리 법이 허용하고 있지 않으니 이 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남편은 민법 840호 6호의 혼인을 유지하기 힘든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기의 휴대폰을 몰래 뒤지고 차량에 녹음기까지 설치하는 불법 행위를 저지른 배우자와 신뢰가 완전히 깨졌으므로 더는 혼인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건데요. 하지만 결과만을 두고 귀책사유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아내가 그런 행동까지 하게 된 과정과 이유를 살펴봐야 합니다. 남편이 진실 되게 혼인 생활을 해왔다면 애당초 아내가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를 이유도 없습니다.
우리 법원은 혼인 파탄의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느냐를 판단할 때는 결과, 상황 자체만을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혼인 기간 전반에 걸쳐 사건이 발생한 경위를 살펴봅니다. 사연에서도 아내의 도청 시도 자체보다는 남편의 부정행위가 그 원인이 되었다고 보고 남편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