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스쿨존 교통사고’ 처벌 강화해야[기자수첩]

by황병서 기자
2023.05.15 06:00:00

‘민식이법’ 시행 3년째…잇단 스쿨존 어린이 사망사고
法시행 당시 스쿨존 사고 주춤하더니 다시 ‘오름세’
스쿨존 가해자 집행유예·벌금형, ‘솜방망이’ 수준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인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또 목숨을 잃었다. 지난 10일 경기 수원의 한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조은결(8)군이 우회전 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사고 당시 보행자 신호는 녹색이었지만, 운전자는 우회전 당시 정지하지 않고 횡단보도를 지나다 사고를 냈다. 교통 약속을 지키지 않은 무책임한 어른 탓에 짧은 생을 마감한 조군의 영결식이 열린 14일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은 통곡의 바다였다.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이 걸어가고 있다.(사진=이데일리DB)
스쿨존 내 인명사고를 막기 위해 ‘민식이법’이 3년째 시행 중이지만, 조군과 같은 안타까운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8일에는 대전 동구 둔산동의 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배승아(9)양을 숨지게 했다. 작년 12월에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언북초등학교 스쿨존에서 만취 운전자가 초등학생을 치어 사망케 했다.

문제는 민식이법 입법취지에도 스쿨존 내 교통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19년 567명에서 민식이법 시행 때인 2020년 483명으로 줄어드는 듯하더니 2021년 523건으로 오름세로 전환했다.



어린이를 보호해야 할 스쿨존이 제 역할을 못하는 일이 잇따르자 민식이법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스쿨존 사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대게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여론을 의식한 듯 오는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새로운 양형 기준을 적용키로 했다. 만취 운전을 하다 스쿨존에서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도주하면 최대 징역 26년에 처한다.

저출산 1위 국가에서 자라나는 어린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의무는 우리 모두에게 있다. 가장 필요한 건 인식 변화다. ‘나 하나는 괜찮다’며 교통 법규를 위반하거나 ‘한 잔은 괜찮다’며 음주운전을 방치하는 것은 잠재적 살인이라는 경각심을 지녀야 한다.

황망하게 아들을 떠나 보낸 조군 아버지는 지난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아이가 죽고 다쳐야 하고, 그 가족이 고통 속에 살아야 하는가”라며 스쿨존 사고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부디 그의 호소만큼이나 가해자에 대한 강한 처벌이 이뤄져 더 이상의 희생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