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B급 회사채도 완판시키는 개미의 힘

by안혜신 기자
2023.02.17 06:30:00

[고금리 사냥 나선 채권개미]
에스엘엘중앙, 250억원 모집에 1000억원 수요 몰려
증권사·운용사 WM채권·리테일팀서 대부분 주문
"BBB급은 신용 위험도 높은 채권"
"신중한 투자 판단 필요"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신용도 ‘BBB급’인 에스엘엘중앙(SLL중앙)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예·적금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낮아지는 등 고금리 상품을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 수요가 몰린 결과다. 다만 기관 투자자들은 투자를 꺼리는 BBB급 비우량채에까지 개인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연일 몰리면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개인투자자들이 신용 리스크를 간과하고 금리 사냥성 채권 투자에 몰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서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에스엘엘중앙이 이날 25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 규모의 4배인 10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에스엘엘중앙은 희망 범위로 6.8~7.8%의 금리를 제시했는데 수요가 몰리면서 범위 하단인 6.8%에서 발행 목표 물량을 모두 채우게 됐다. 수요가 몰리면서 에스엘엘중앙은 목표보다 두 배 많은 500억원까지 증액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에스엘엘중앙은 현재 신용등급 스플릿(불일치) 상태다. 한국기업평가는 BBB+, 한국신용평가는 BBB0를 부여했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 불일치 상태는 등급 변동 우려가 커 기업에는 악재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엘엘중앙이 목표 물량을 모두 채울 수 있었던 것은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의 힘이 컸다는 평가다. 실제 이날 물량을 받아간 곳은 대부분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증권사나 운용사 WM채권팀 혹은 리테일마케팅팀으로 확인됐다.

중앙일보 계열사는 올 들어 채권에 관심이 높아진 개인 투자자들의 덕을 제대로 누리고 있다. 올 들어 BBB등급 중 가장 먼저 수요예측에 나섰던 제이티비씨(JTBC, BBB0)는 1년물 350억원에 대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추가 청약에서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400억원으로 증액하기도 했다.



이어 중앙일보(BBB0) 역시 수요예측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중앙일보는 1년물 200억원 모집에 희망 금리밴드로 7.3~8.3%를 제시했는데 350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발행금리도 희망 금리밴드 하단에 가까운 7.5%로 결정됐다. 당시 주문이 들어온 부서가 모두 증권사 리테일팀이었다. 고금리를 노린 개인 투자자들이 회사채 수요예측의 흥행도 좌지우지하게 된 것이다.

고금리 비우량채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신용등급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큰 고민없이 금리만 보고 투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BBB급 채권의 경우 해외에서는 투자등급으로 인식하지만 우리나라는 위험성이 꽤 있는 회사채로 기관투자자들은 기피하는 등급”이라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고금리만 보고 투자하기보다는 신용 위험이 높은 채권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등급에 맞는 적절한 수익률이 제시되고 있는지를 신중하게 판단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