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사원증만 갖다대니 1000원 기부, 참 쉽죠"…나눔, 일상이 되다
by김응열 기자
2023.02.15 06:00:00
기부문화 모범사례-삼성전자 수원사업장 가보니
구내 식당 등 사업장 곳곳에 ''나눔 키오스크''
일주일이면 500만원…지역 어려운 아동 후원
직원 제안에 시작…삼성전자 전 사업장 확대
작년까지 26억 기부…삼성 14개 관계사 확산
[편집자주] 88위.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조사(2022년말 기준)한 세계기부지수의 대한민국 순위다. 이 재단은 세계 119개국의 기부 참여율과 기부 의향을 조사했다. 49위인 중국보다 낮다. 이는 한국의 취약한 기부 현실을 드러낸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부 단말기 ‘나눔 키오스크’ 등을 통해 임직원들의 자발적 기부 문화 정착에 힘쓰고 있다. 기업 기부문화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임직원들의 일상 속 기부문화를 살펴봤다.
[수원=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어머니, 언니와 함께 사는 이모양은 여군부사관이 되는 게 꿈이다. 또래 애들처럼 대학교에 가고 싶을 법하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부사관에 임관하는 게 목표다. 하루빨리 가족들의 생활비 마련에 도움이 되고 싶어서다. 어머니는 몸이 불편해 경제활동이 여의치 않고 대학생인 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이다.
14일 오후에 찾은 삼성전자(005930) 수원사업장 사내식당 출입구 인근에는 이모양의 사연이 화면에 담긴 ‘나눔 키오스크’가 배치돼 있었다. 이 기기에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직원이 사원증을 갖다 대자, 화면에 ‘Thank You’라는 메시지가 약 3초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사회공헌 담당 관계자는 “사원증만 간편하게 태그하면 1000원을 기부할 수 있다”며 “중복해서 기부할 수 있어 하루에도 여러 번 찍는 직원도 많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나눔 키오스크’에 임직원들이 사원증을 태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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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키오스크는 삼성전자의 사내식당과 로비, 산책로 등 삼성전자 임직원들의 일상생활 주요 공간에 설치돼 손쉬운 기부를 돕는 무인단말기다. 디스플레이 화면에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사연을 소개하고, 임직원들이 자신의 사원증을 키오스크에 갖다 대면 1000원씩 급여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는 사내식당 인근과 산책로, 출퇴근 동선 등 총 7개의 나눔 키오스크가 있다.
이모양은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올해 5번째로 모금을 받는 사례다. 한 번 모금 때 목표금액은 보통 500만원이다. 수술이 필요한 아동 등 병원비 충당을 위한 모금 시에는 1000만원까지 목표액이 늘어난다. 500만원 모금 기준, 수원사업장에선 1주일이면 목표금액을 채운다. 작년 수원사업장에서는 36명의 사연으로 모금을 받아 총 2억2000만원을 기부했고 올해는 이보다 늘어날 예정이다.
모금을 받는 아동은 지역 또는 전국단위 비영리단체(NGO) 파트너사가 추천한다. 파트너사 NGO가 심의를 거쳐 모금 받을 아동을 추천하면서 삼성전자에 기부금 활용 계획을 제출하면, 삼성전자는 후원할 아동을 나눔 키오스크에 소개한다. 모인 기부금은 NGO를 통해 아동에게 전달된다.
◇나눔 키오스크는 지난 201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사원협의회 임직원들의 제안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임직원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면서 나눔 키오스크는 고정식이 아닌 이동형으로도 제작됐고 부서별 행사에서 진행하는 기부 이벤트 등에도 활용되면서 친숙한 기부 창구로 자리 잡았다.
구미사업장에서 시작한 일상 속 기부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나눔 키오스크는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장에도 확산됐다. 수원사업장에는 2016년부터 도입됐고 2020년 화성사업장, 2021년 용인, 평택, 온양사업장, 2022년 광주사업장, 서울R&D캠퍼스 등에 추가 설치됐다. 작년에는 나눔 키오스크를 해외 사업장에도 확대해 미국, 중국, 인도, 태국의 사업장에 배치했다. 2019년 나눔 키오스크를 처음 설치한 베트남에도 추가로 설치했다. 이로써 국내 35대, 해외 24대 등 총 59대의 나눔 키오스크가 삼성전자의 국내외 전 사업장에 놓였다. 작년까지 나눔 키오스크로 모은 기부금은 26억4000만원이다. 기부금은 지역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아동 580명에게 전달됐다.
|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위치한 ‘나눔 키오스크’에 임직원들이 사원증을 태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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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키오스크를 활용한 일상의 작은 기부가 어려움에 처한 아동들에게 힘이 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임직원의 기부 참여도 가파르게 늘었다. 나눔 키오스크를 통한 연간 기부 참여자는 지난 2015년 5000명에서 작년 3만8703명으로 7배 넘게 증가했다. 삼성전자 임직원 가운데 작년 한 해 1000회 이상 기부한 직원도 20명에 달한다.
지난해부터는 나눔 키오스크를 통한 일상의 기부 문화가 삼성전자를 넘어 관계사로도 확산됐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009150),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삼성증권(016360), 삼성물산(028260), 삼성엔지니어링(028050),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등 14개 관계사들이 나눔 키오스크 30대를 신규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의 나눔 키오스크만 총 89대로, 삼성 전체 임직원들의 기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구 ‘삼성청년SW아카데미’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SSAFY’ 7기 수료식에 참석한 수료생들과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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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이라는 CSR 비전 아래 청소년 교육 중심의 사회공헌 활동과 상생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눔 키오스크도 이 같은 활동의 일환이다. 나눔 키오스크 외 청소년 교육 중심 활동으로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 △삼성주니어SW아카데미 △삼성스마트스쿨 △삼성드림클래스 △삼성희망디딤돌 등이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C랩(인사이드·아웃사이드) △상생펀드·물대지원펀드 조성 △협력회사 인센티브 지급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전환 지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운영 등 상생 프로그램도 병행하며 사회와의 동행을 실현하고 있다. 삼성은 앞으로도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