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바이 더 딥'…수익률 꺾여도 올해 덩치 불렸다

by이은정 기자
2022.12.20 06:15:00

국내외 주식형 수익률 -20%안팎, 설정액 5조~6조↑
채권형, 美긴축·단기자금 경색 우려 속 감소세
"저보수·높은 환금성 강점 ETF, 내년도 성장세"
"내년 펀드는 하반기 회복, 차익실현 환매 유의"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올해 주가 하락으로 펀드 수익률이 저조한 가운데 ‘바이 더 딥’(Buy the dip·저가매수) 흐름이 나타났다. 순자산 80조원을 돌파한 상장지수펀드(ETF)는 일반 공모펀드 대비 성장세가 지속 부각될 전망이다. 내년엔 하반기 증시 반등과 함께 펀드 시장 회복세가 관측된다. 차익실현성 환매를 유의하란 조언이 따른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19일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대유형별로 올해(지난 16일까지)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23.44%를 기록했다.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20.74%)를 소폭 밑도는 수준이다. 이와 비교해 국내 채권형(-1.18%)과 머니마켓펀드(MMF, 2.03%)는 선방했다. 부동산, 원자재 등 특별자산을 담은 국내 대체펀드(18.49%)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저조한 수익률에도 연초 이후 5조70억원 규모 자금이 설정됐다. 저가 매수 영향으로 풀이된다. MMF(2조3843억원)와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벗어난 국내 대체펀드(2조1847억원)는 자금이 늘었고, 국내 채권형(-1조5917억원)은 유출 흐름을 보였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펀드는 조정장에도 저가 매수가 있었고, 이주 채권형은 지정학 위험 등에 따른 안전자산 수요가 늘며 증가세를 보였지만 미국 고강도 긴축과 채권 크레디트, 단기 자금 시장 경색 우려가 커지면서 감소세를 기록했다”며 “MMF는 연초부터 시중 유동성과 투자 대기자금이 몰렸지만 이후 단기자금 경색 등에 소폭 증가에 그쳤다”고 말했다.

가장 크게 덩치를 불린 국내 주식형 중 공모펀드(클래스)는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펀드[주식-파생형]’(2308억원)였다. 이어 정보기술(IT) 섹터인 ‘미래에셋코어테크(주식)’ 등이 설정액 증가 상위에 올랐다. 수익률은 대체로 파란불을 켰지만,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주식]’ 등 삼성그룹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삼성SDI(006400) 등 주가가 양호했기 때문이란 해석이다.

해외 주식형도 -19.77%를 기록하며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지만 설정액은 6조208억원이 증가했다. 북미 펀드는 인덱스와 일부 배당주·성장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중국 펀드는 가격이 낮아진 항셍, 일부 전기차·2차전지 펀드도 관심을 받았다. 일본 펀드도 유입세를 기록했다.

공모펀드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주식-재간접형)’,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주식)’, ‘AB미국그로스(주식-재간접형)’의 설정액이 2000억~3000억원대 증가했다. 수익률은 ‘하이월드에너지(주식-재간접형)’와 ‘한화천연자원(주식)’이 상위에 올랐다.

오 연구원은 “디지털화 가속화 속에 온라인 펀드 판매가 증가하고 있고 타깃데이트펀드(TDF),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연금 펀드가 성장하고 있다”며 “공모주 펀드는 공모주 시장 부진과 함께 자금 유출이 부각됐다”고 평가했다.



저보수와 높은 환금성이 강점인 ETF는 저가 매수세를 타고 성장했다. 한국거래소 기준 ETF 시가총액은 지난달 8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KG제로인 기준 올해(지난 16일까지) 국내 ETF 수익률 상위는 ‘미래에셋TIGER200선물인버스2X’를 비롯해 코덱스200 선물 인버스 상품들이 차지했다.

자금 순유입 상위는 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미래에셋TIGERCD금리투자KIS특별자산’, ‘삼성KODEXKOFR금리액티브특별자산’이 3조원 이상, ‘삼성KODEX레버리지’, ‘삼성KODEX200토탈리턴’이 1조원 넘게 늘었다.

해외 ETF 수익률 상위 1위는 ‘삼성KODEX미국에너지’로 66.96%, ‘KBKBSTAR미국장기국채선물인버스2X’는 40%대였다. 자금 유입 상위는 ‘미래에셋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 ‘미래에셋TIGER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 등에 6000억~7000억원대 자금이 유입됐다.

내년 펀드 시장은 올해보다는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첫 등장한 단일 종목 ETF를 비롯해 테마형, 채권형, 액티브형 ETF 성장세가 예상됐다. 이혜인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고금리 정기 예·적금 이동이 있었으나 내년 하반기 국채금리 반락과 주식·채권시장 안정화 속 ETF 자금 유입과 함께 회복할 전망”이라고 했다.

차익실현성 환매는 유의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오 연구원은 “올해 시장 급락에 유입된 저가 매수 자금이 시장 상승에 따라 차익실현성 환매 파고를 한 번 넘어야 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국면 자산배분을 통한 리스크 관리가 필수인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성장세를 지속할 퇴직연금 관련 상품에 지속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