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0일' 앞둔 특수본 제역할하고 있나…'윗선' 언제쯤?
by조민정 기자
2022.12.16 06:00:00
[이태원참사 희생자 49재]④
특수본, 가시적 성과 없이 ‘더딘’ 수사
‘윗선’ 김광호 서울청장만 입건…이상민 소환도 안해
국회 국정조사, 수사 동력 더 떨어뜨려…유족만 애타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출범 50일을 목전에 두고도 지지부진한 수사로 비판받고 있다. 출범 당시 고강도 감찰과 신속한 수사로 참사 원인과 책임 규명에 나서겠단 포부를 밝혔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서 퇴짜 맞으면서 ‘윗선’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 대한 경질요구에 “수사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지만 수사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이태원 참사 특별수사본부에서 피의자 조사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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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까지 특수본의 ‘가시적 성과’는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를 삭제했다는 의혹의 당사자인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을 구속상태로 검찰에 넘긴 것뿐이다. 특수본은 15일에도 이임재 전 서장,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위한 보강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영장을 기각한 지 열흘이 넘도록 재신청을 머뭇대고 있다. 또다시 기각될 경우 특수본엔 치명타가 될 수 있어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지만, 수사가 더디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다.
현재 특수본에 입건된 피의자는 21명으로 이 가운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17명이다.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은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들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하기 위한 법리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 지자체 등 여러 관계자의 과실로 이번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특수본은 둘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시점을 아직 정하지 못한 채, 소방과 지자체 등 피의자들 영장까지 일괄 신청할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구속영장 추가 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피의자들 중 고위급 간부에 대한 수사는 여전히 진척이 없어 ‘꼬리 자르기’ 수사란 지적이 많다. 특수본은 지난 2일과 6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경찰 지휘부를 겨냥한듯 했지만 이후 진행사항은 없다. 소방노조의 고발로 피의자 신분이 된 이상민 장관엔 소환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김동욱 특수본 대변인(총경)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광호 서울청장의 경우 추가 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이상민 장관도 계속 조사하고 있다”고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의 국정조사가 시작돼 특수본의 동력은 더 떨어진 형국이다. 그나마도 국정조사는 내년도예산안과의 맞바꾸기 협상으로 도입된 데 이어 여야 입장차로 국조특위 출범 후 20일이 되도록 공전하면서 정쟁의 장으로 전락, 참사에 관한 수사·조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유족들은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을 촉구 중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진실 규명은 사건 발생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진다”며 “현재도 특수본 수사가 늦어지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와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최대한 신속히 결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수본이 지위를 막론하고 신뢰할 수 있는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행안장관 등 피의자들의 책임 소재를 다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