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연호 기자
2022.10.31 06:29:30
대부업체, 신규 대출 대폭 축소…2금융도 속속 대출 문 걸어 잠궈
기준금리 인상에 조달금리도 오르는데…최고금리 벽 막혀
여전채 금리 이달 사상 첫 6% 돌파…연내 7% 관측도
"윗단 금리 묶어 두면 신용도 낮은 사람 절벽 내몰아"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금리 상승 국면이 지속되면서 제2 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출을 빠르게 줄이고 있다. 특히 저신용자들의 제도권 최후의 보루인 대부업체의 경우 ‘최고금리’ 벽에 막혀 사실상 개점휴업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해 만든 연 20%의 법정 최고금리가 오히려 저신용자들을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감안해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업계 1·2위 업체들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러시앤캐시)와 리드코프는 최근 가계 신규 대출 취급을 대폭 축소했다.
대부업체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은 이미 역마진이라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고 했다. 통상적으로 고금리 신용대출 위주 영업을 하던 대부업체들은 지난해 7월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이후 담보대출 취급 비중을 급격히 늘려 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의 담보대출 비율은 지난 2019년 44%에서 지난해 52%로 증가했다. 대부업체 대출 중 담보대출 규모가 신용대출 규모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담보가 없으면 대출을 안해주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담보대출마저도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부업체들은 대출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대부업체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는 보통 부동산 가격의 85%까지 담보대출을 해 주는데 그마저도 후순위 채권으로 리스크가 더 큰 구조”라며 “부동산 가격이 급속도로 떨어지는 국면인 만큼 신규 대출 축소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대부업체들뿐만 아니라 2금융권의 사정도 비슷하다. 상상인저축은행이 지난 5월부터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데 이어, OK저축은행도 최근 ‘모기지론OK(주담대)’ 상품의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주담대를 취급하고 있는 저축은행은 지난 8월 30곳에서 지난달 24곳으로 줄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조달에 필요한 예금금리는 계속 오르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 상한은 20%로 제한돼 있으니 그만큼 마진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저축은행 입장에선 부실 우려가 큰 저신용자에겐 창구를 좁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이어 저축은행도 대출 문을 좁히니, 상호금융사들도 창구 문을 닫아 걸고 있다. 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 등 상호금융권은 내달부터 부동산 관련 신규 공동대출 등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상호금융사 관계자는 “저신용자들이 타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워 우리쪽으로 몰려오면서 여유자금이 거의 없다”며 “향후 리스크도 감안해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전했다.
다른 대출에 비해 금리는 높지만 서민들이 신용카드로 비교적 손쉽게 급전을 빌릴 수 있는 카드론에서도 저신용자들이 점점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최근 레고랜드발 채권 시장 경색에 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 캐피털사)들의 주요한 자금 조달 수단인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카드론 금리도 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사상 처음 6%를 넘기기도 했던 AA+(3년물) 여전채 금리는 정부의 ‘50조원+알파(α) 유동성 공급 대책’ 발표 후 다소 안정을 찾은 모습이지만, 연초 2%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더욱이 연내 7%까지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면서 지난달 말 기준 12.02~14.42%였던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평균 카드론 금리 역시 연내 15%를 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여전 업계가 이 같은 조달 비용 상승을 법정 최고금리 족쇄 때문에 대출 금리에 고스란히 다 반영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저신용자들의 급전 대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여전채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는 비정상적 상황”이라며 “역마진을 내면서까지 대출을 해 줄 수는 없으니, 저신용자들에겐 대출 문을 열기가 어려운 입장”이라고 말했다.
2금융권과 대부업계의 대출 상황이 악화하면서 제도권에서 기회를 찾지 못한 저신용자들은 비제도권인 불법 사채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신고는 지난 2017년 5937건에서 2019년 4986건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9238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8월 기준 이미 6785건에 달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법정금리를 최고 24%에서 20% 낮출 때는 저금리 상황이 계속 유지됐을 때라 큰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정부 보조를 통해서라도 최고금리를 조정해야 저신용자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