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인 "널리 이롭게 할 정치인, 우리에게 희망"[인터뷰]

by배진솔 기자
2022.02.28 06:00:00

이재명과 `검정고시 동기`인 캘리그래퍼 명인
"환경을 긍정적으로 극복해 낸 李, 하나의 본보기"
"이름 석자에 `강인한 정신` 담아냈다"

[이데일리 배진솔 기자] “좋은 획 하나에도 `쪼고 쪼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한데, 어느 날 갑자기 나와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있겠습니까.”

술 `화요`와 드라마 `미생` 글씨로 잘 알려진 캘리그래피(calligraphy·멋글씨) 명인 강병인 작가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강병인글씨연구소`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 선언을 한 이유로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원으로 삼아 각고의 노력을 한 사람”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강병인 캘리그래퍼가 22일 서울 종로구 강병인글씨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강 작가는 이 후보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어린 시절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 오리엔트 시계 공장에서 `소년공`으로 함께 일하며 검정고시 학원을 다녔다. 그는 “총명하고 머리가 좋았다. 사투리가 심하던 저를 선생님과 연결해주던 배려도 기억난다”며 당시 이 후보의 모습을 떠올렸다.

2010년 성남시장 후보자로 이재명이란 이름을 접했을 때, `내가 아는 그 이재명일 것`이라고 직감했다고 한다. 강 작가는 “검정고시 학원 시절에도 돋보여 뭔가 큰 일을 할 사람 같았다”고 했다. 이어 “미생(未生)인 우리 같은 사람에게 이재명은 희망”이라며 “환경을 탓하면 헤어나올 수 없는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극복해 낸 그는 하나의 본보기”라고 강조했다.

최근 `붓끝으로 전하는 이재명 지지 영상`을 찍을 때도 이런 생각을 담아 한 획 한 획 그었다. 이름 석자에 이재명의 삶과 생각, 철학을 담아내기 위해 두 시간 넘게 고민한 결과를 가로 7m·세로 3m의 광목에 힘줘 붓질을 했다.

강 작가는 “강인한 정신을 바탕으로 그간 이룬 것, 해내겠다는 의지를 첫 글자인 `이`에 담고 싶었다”면서 “마지막인 `명`자엔 지금까지의 경험을 새로운 대통령이 돼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된 세상에선 대한민국 전반적인 부분에서 삶의 질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

강 작가는 “이 후보는 `김구의 문화의 힘`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문화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하는지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세종대왕께서 `한글이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한다`라는 가치를 말씀하셨듯, 이 후보에게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가 만들어나갈 그런 세상에서 한글을 더욱 사랑하고 한글의 가치와 정신적 사상을 세계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이 강 작가의 작은 바람이다.

강병인 캘리그래퍼가 22일 서울 종로구 강병인글씨연구소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다음은 강 작가와의 일문일답.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서 공장 생활을 하다가 서울로 올라와 성남으로 갔다. 가정 형편상 제 스스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을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해야 겠다는 꿈을 설계했다. 오리엔트 공장 생활을 하며 낮에는 공장에 다니고 저녁에는 공부하다가 검정고시 학원에서 이재명 후보를 만나게 됐다. 약 2년 간 공부하고 1980년 4월에 시험을 쳐서 같이 합격했다.

△당시 제가 경상도 사투리가 너무 심했다.(웃음) 그때 이 후보가 선생님에게 `번역`을 도와줬다. 또 수학을 정말 잘했다. 학원에서도 정말 똑똑하고 총명하고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낮에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오면 축 처져서 많은 대화를 하지 않지만, 학원생 대부분이 (이 후보를) 총명한 이미지 였다고 기억할 것이다.

△그렇다. 지난 2010년 성남시장 후보에 `이재명` 이름이 올라왔을 때 제가 아는 사람인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러다가 그때 그 이름이 유독 기억에 남아 검색을 해 봤더니 맞았다. 깜짝 놀랐지만 내가 아는 그 사람일 것이라고 확신을 하고 메일을 보냈다. 이재명 후보가 답장도 왔다. `기억은 안 나지만 같은 공간에서 공부했던 사람이 맞군요`하며 응원해줬다.

유독 기억이 남는 것을 보면 어릴 때도 뭔가 큰일을 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또 만약 큰 일을 하면 성남시에서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당시 성남시는 남녀, 청소년, 어른들 할 것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살았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일할 것 같았다. 어려운 환경을 탓하면 헤어나올 수가 없는데 그것을 긍정적으로 보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이재명은 하나의 본보기였다. 저에게도, 우리 같은 사람에게 이재명은 희망이다.

△부담이 있다. 이전에도 `블랙 리스트`에 들어간 적이 있다.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살아가면서 자기 생각을 밝히지 못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문화·예술계가 큰 발전을 이룰 것은 아니지만 뜻을 함께 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성장의 자원으로 삼는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대통령이 되면 우리는 긍정적인 대통령을 볼 수 있다. 이재명 후보가 보여주면 좋겠다. 또 공부가 된 사람 같다. 이런 것들을 펼치면 그 어느 때보다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라고 본다.

또 전반적인 문화 수준이 선진국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건 나라의 정신이 된다. 현재 우리가 정치적, 이념적, 학력과 남녀, 지역으로 갈라져 있는데 통합이 필요하다. 치유해야 한다.

좋은 글씨는 좋은 획이 나올 때까지 `쪼고 쪼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가도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 날 갑자기 나와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될 수 없다. 이 후보는 각고의 노력으로 가능할 것 같다.

△우리가 보통 `~때문에 할 수 없었다`라며 핑계이면서 자기 위로와 합리화를 한다. 그런데 이재명은 그러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썼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수많은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고 집권 여당 대선 후보까지 됐다는 것이 놀랍고 감동스럽다. 또 가장 준비된 후보라는 것과 희망들을 생각했다. 반드시 우리에게 약속한 것을 지켜낼 것이라는 희망이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이재명의 이름에 삶과 생각, 철학을 담을지 고민하고 글자의 구조를 분석했다. 이 후보는 `이`자에 `ㅇ`과 마지막 `명`자에 `ㅇ`이 있다. 처음이 이 두 개를 엄청나게 크게 이어 쓰고 싶었다. 이름에서 지치지 않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동그라미 두 개에서 표현이 가능하다. 동그라미 두 개를 힘차게 돌리면 붓글씨에서 힘이 난다. 이후 쓰게 된 것은 첫 `이`에 `ㅇ`을 크게 돌려쓰고, 다음 `ㅣ`를 힘차게 끌고 내려왔다. 고함을 냈다. `이`자에서 승부를 보려고 했다. 이 후보의 강인한 정신, 해내온 것, 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싶었다.

그 다음 `명`에서 `ㅇ`을 모음에 내려가서 길게 끌고 갖다 붙였다. 뭔가 끊임없이 지금까지 해온 것을 잘했으니까 앞으로도 겁내지 말고 잘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해 온 경험들을 새로운 대통령이 돼서 마음껏 펼쳤으면 좋겠다고 기운을 담았다. 그게 곧 국가의 발전이고 국민의 발전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세로 3m, 가로 7m의 광목에 그렸다. 종이가 크니까 더 어려웠다. 퍼포먼스는 그 행위 자체가 있어서 붓이 들어가고 나오는 힘이 중요한데, 종이가 너무 크다 보니 조형성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바로 덮어버렸다.(웃음)글자 크기가 조금만 안 맞아도 앞에 각도와 조금만 틀려도 ‘하’(한숨) 이런다. 붓질은 한 번씩밖에 허용을 안 한다. 단 한 번도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기대하고 있다. 문화 예술 전반적으로 BTS,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여러 분야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있다. 이 후보는 문화 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예산을 확대한다고 공약하기도 했고, 또 문화예술인들이 직접 참여해서 사업을 설계하고 시행하도록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문화의 가장 근본은 한글이다. 문화를 확산하는 건 사람의 입과 몸으로 전달되지만 결국은 문자로 남는다. 한글은 중국과 다름을 인정하면서 생겨난 우리나라만의 생각과 문화와 DNA 그 자체다. 우리 문화의 출발점이다.

△이번에 공식적으로 쓴 것이 아니라서 썼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중에 쓸 것을 생각해 둔 것이 있다. 기운을 좀 빼고 멋 부리지 않고 아주 전통적인 글씨로 반듯하게 쓰고 싶다. 통합의 원을 담아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의미로 쓰고 싶다. 각진 것이 아니라 둥그런 의미로, 처음에 동그라미를 이어 쓰고 싶었다고 말했듯이 말이다.

△`널리 이롭게 하다` 홍익인간의 말이 떠오른다. 세종께서는 한글에 대해 `세상을 널리 이롭게 만든다`는 것을 가치로 말했다. 이 후보는 두루두루 알고 전체를 아우르는 사람 같다. 그런 게 느껴진다. 믿고, 될 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