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 늘리고 전세 없애야…더 센 규제책 펼쳐야"
by신수정 기자
2021.11.15 06:30:00
[만났습니다]임재만 세종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
이재명 후보 싱크탱크 기본주택 특별연구단장
월세부담 낮추고 갭투자 수요 차단해야
공공임대 늘려 민간 임대시장 안정화
[대담=이데일리 이승현 건설부동산부 부장·글=신수정 기자] “할 수 없는 걸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임재만 세종대 교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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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임재만 세종대 산업대학원 부동산자산·관리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목표로 삼았지만, 시장 유동성을 차단하지 않고 양도세를 유예하는 등 제대로 된 규제책을 쓰지 못했다”며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을 분석했다.
임 교수는 부동산이론을 끊임 없이 연구해온 경제학자다. 토지·건물·동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감정평가사, 한국부동산연구원 책임연구원, 대구대학교 행정대학 도시과학부 교수, SH공사 보상심의위원회 위원,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최근엔 이재명 후보의 싱크탱크에서 기본주택 특별연구단의 고문을 맡았다.
임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약했다고 평가하며 차기 정부는 주택시장을 둘러싼 환경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 목표를 세웠다면 부동산으로 흘러들어오는 돈줄부터 막았어야 했지만, 조세 강화도 유예됐고 대출규제도 올해가 돼서야 시작하는 등 시기를 맞추지 못했다”지적했다.
이어 그는 “전국적인 주택 공급은 평균 50만 가구가 공급됐지만, 지역균형발전이 선행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도심 공급 부족 문제가 부각됐다”며 “몇 가지 조세나 대출 규제를 통해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임 교수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임대 주거제도인 ‘전세’를 없애고 월세 시장으로 개편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전세가 갭투기에 악용돼 민간 임대차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임 교수는 “일반적으로 진정한 임대사업자는 전세보다 월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며 “전세를 끼고 매매 하려는 것은 시세차익을 노린 경우가 많아 집값이 상승하면 민간임대시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불안성을 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 교수는 “전세는 대출에 대한 이자를 내야 해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월세와 같다”며 “전세와 비슷한 수준의 주거비용으로 월세를 만들어준다면 전세를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월세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환매조건부, 지분공유와 같은 공공 자가주택 확대를 제시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임재만 세종대 교수 인터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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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더 센 규제가 아니라 정상화의 방향이다. 우리나라 집값이 소득의 20배 수준에 달한다. 청년과 무주택자들은 집값에 좌절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집이 있는 사람에겐 부담이 더 늘 수 있겠지만, 한국 사회 전체를 볼 때나 미래를 위해서나 훨씬 좋은 방향이다.
△부동산 사이클을 완화하고 양극화와 균형개발에 힘써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복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소득은 향상시키고 주택가격은 하향 안정화해야 부동산 사이클의 진폭을 줄일 수 있다. 또 토지에서 발생한 소득은 원천 차단하고 발생하면 환수해 주택의 상품화를 억제해야 한다.
△가장 먼저 세금을 통한 환수다.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개발 모델을 개편해 임대공급 비중을 늘려는 방안이다. 지금까지 LH는 공공택지를 민간 기업에 매각한 돈으로 공공주택을 저렴하게 분양했는데, 낮은 가격에 분양하더라도 민간 아파트 시세를 따라가게 돼 일부만 시세 차익을 얻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또 LH에서 공급한 임대주택이 일정 기간 지나면 분양전환하면서 임대주택 비중은 줄어들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인 상황이다. 공공이 민간에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적자가 나지 않는 임대주택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곳에서 30년 이상 안정적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품질좋은 임대주택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순수한 상품으로서의 주택 시장이 줄어들게 할 수 있다.
△투기의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전세제도를 없애고 월세시장과 공공 부문이 대체되도록 해야 한다. 다만, 월세 부담이 전세와 비슷한 수준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현 정부는 월세보다 전세 지원을 많이 해준다. 동시에 다주택자에겐 전세 물량을 시장에 내다 팔라고 하는 엇박자 정책을 쓴다. 세입자가 전세대출을 받아 다주택자의 집값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전세대출 지원을 중단하고 월세 지원을 하는 게 맞다. 또 전세주택에는 임대사업자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전세시장이 월세로 전환돼 전세수요가 줄게 되면 그때부터 더욱 강한 다주택자 규제책을 펼칠 수 있다.
△현재 우리 주택시장은 자가가 60%, 임대가 40%로 구성돼 있다. 임대시장의 절반을 저렴한 임대료의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채운다면 민간임대 가격에까지 영향을 미쳐 임대시장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또 주거비용 부담이 적은 임대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면 집을 무리해서 사는 일이 없어지고 이는 곧 전체 주택시장의 안정에 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보유세는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소득 대비 집값이 매우 오른 상황이어서 세금이 조금만 높아져도 매우 부담되는 상황이다. 보유세로 투기를 막기 위해선 주택가격 안정화와 소득 증대가 필요하다.
△ 기획재정부의 권한을 줄이고 독자적인 부동산 정책을 펼 수 있는 전문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문제는 공급 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조세와 금융을 함께 다뤄야 하는데 지금은 이 역할을 기재부가 하고 있다. 이를 국토교통부가 모두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싱가포르에 있는 부동산에 관한 조세와 금융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루는 ‘주택청’이 모델이 될 수 있다.
또 정부가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 위원회에 국민들의 실질적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위원회에 가보면 교수나 업계 관계자, 관료로 채워져 있다. 당연히 일반 국민들의 목소리는 없다. 전문적이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미국 배심원제도와 같이 국민을 선발,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은퇴 이후 개인연금이나 국민연금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보통 임대수익을 꿈꾼다. 정부가 이를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투자할 수 있게끔 부동산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민주 방식의 공공임대 리츠를 만드는 방식이다. LH가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토지은행 같은 곳에서 이를 운영하는 형식이 될 수 있다. 은퇴자들이 노후자금을 리츠에 투자하고 이를 활용해 임대주택을 짓고 여기서 나오는 임대주익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