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복역 중 동료 수용자에게 사기…누범 적용해야"

by하상렬 기자
2021.10.13 06:00:00

2016년 사기 등으로 징역 3년·1년 선고받아 복역
3년형 마치고 1년형 집행 중 사기 사건 저질러
1·2심 "형 집행종료 전 범행…누범 대상 아냐"
대법 "사기 혐의는 집행 마쳐…명백한 누범"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두 개의 형을 선고받은 뒤, 무거운 형을 마치고 연이어 복역 중이던 수감자가 사기를 저질렀을 경우 누범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4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동부지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6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사기죄 등으로 징역 1년 및 징역 3년을 각 선고받고 그해 9월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2018년 5월 징역 3년 형의 집행을 마쳤고, 연이어 징역 1년 형을 복역했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한다.

서울동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A씨는 2019년 4월 옆방 수용자 B씨가 사기 사건의 합의금 마련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사살을 알고 그에게 접근했다. A씨는 마치 자신이 아파트를 여러 채 지어 분양하고 있다는 등 재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하며 B씨에게 접근한 후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에 체납된 세금을 납부할 돈을 주면 B씨에게 아파트 소유권을 이전해 주겠다고 속여 2260만원을 갈취했다. A씨는 B씨로 부터 받은 돈을 자신의 형사 사건 합의금으로 사용했다.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A씨는 1심에서 징역 4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누범’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고, 검찰의 항소로 이어졌다.

누범은 법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그 집행이 끝났거나 면제를 받은 후, 3년 이내에 또다시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지른 경우를 말한다. 누범의 경우 가중 처벌의 대상이 된다.



1심은 A씨에 대해 누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를 ‘후단 경합범’으로 봤다. 하나의 판결에서 두 개의 형을 선고하는 경우 누범가중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것으로 봐야 하므로 누범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다시 말해 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범죄이기 때문에 누범 기간이 아니었다는 셈이다.

2심도 1심과 판단을 같이 했다. 2심 재판부는 “후단 경합범 규정에 의해 분리 선고된 형 중 선집행된 형기가 형식적으로 종료했다는 이유로 전체 형이 종료되지 않았음에도 누범 규정을 적용한다면 1개의 형이 선고되는 경우에 비해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가 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2016년 9월 사기 혐의가 확정돼 2018년 5월 징역 3년 형의 집행을 종료했고, 연이어 징역 1년 형을 복역하던 중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 사건 범행은 위 징역 3년 형의 집행을 종료한 날로부터 3년 내에 이뤄졌음이 역수상 명백해 누범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각 형을 연이어 집행받음에 있어 하나의 형 집행을 마치고 또 다른 형의 집행을 받던 중 먼저 집행된 형의 집행종료일로부터 3년 내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경우, 집행 중인 형에 대한 관계에는 누범에 해당하지 않지만 앞서 집행을 마친 형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누범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