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3대 중 2대 논다…코로나 진정때까지 자금수혈 절실

by박종오 기자
2020.03.19 00:12:00

대한항공 여객기 3분의 2 운항 못해
매출 급감에 신용도 악화…자금줄 확보 비상
산은 지원 나설까 주목…정부도 방안 고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항공기들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국내 대형 항공사 지원에 나설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책은행인 KDB산업은행을 통한 유동성 지원 방안이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1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이 보유한 여객기 145대 중 정상 운항 중인 것은 45대(13일 기준)에 불과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감하며 비행기 3대 중 2대가량이 운항하지 못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자금줄’ 확보다. 대한항공의 전체 차입금 16조5230억원(지난해 9월 말 기준·항공기 리스 부채 포함) 중 올해 만기 도래 금액은 3조원이 넘는다. 미래에 들어올 항공 운임을 미리 당겨다 쓴 ‘항공 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뿐 아니라 일반 회사채와 은행 차입금까지 만기가 속속 다가오며 채권 차환 발행이나 차입금 만기 연장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당장 회사에 들어오는 현금이 급감할 가능성이 큰 만큼 새로운 채권을 발행해 마련한 돈으로 기존 금융 부채를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이 회사채 시장 등 자본시장에서 차환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자금줄을 유지시켜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 회수를 막고 회사가 기존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유동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도 미국과 유럽 각국이 기간 산업인 항공업 지원에 발 벗고 나선 것처럼 국적 항공사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대기업을 정부의 금융 지원 대상에 포함하느냐 여부다.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 등은 앞서 지난달 17일 발표한 ‘항공 분야 긴급 지원 대책’을 통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저비용항공사(LCC)에 최대 3000억원 규모 대출을 지원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 지원 대상에서 대형사는 빠져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2조2000억원 규모 ‘유동화 회사 보증(P-CBO)’ 지원 대상에 대한항공 등 대기업을 포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P-CBO는 신용도가 낮은 중소·중견기업도 자본시장에서 직접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신용보증기금이 지급 보증을 서주는 것이다.

다만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는 “P-CBO는 중소·중견 기업이 발행한 여러 회사채를 하나로 모아서 특정 회사가 빚을 못 갚을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대한항공처럼 덩치가 큰 대기업의 경우 이런 위험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P-CBO보다 채권은행이 직접 자금을 수혈하는 것이 맞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모그룹인 한진그룹의 주채권은행은 산업은행이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에 조건부 영구 전환사채(CB) 매입, 신용 공여 한도(크레딧 라인) 설정 등을 지원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었으나 대한항공의 경우 현재 산업은행 기업 금융 부문에서 담당하는 정상 기업인 만큼 동일한 대규모 지원이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대한항공 지원에 말을 아끼는 모양새다. 대기업 지원이 자칫 논란을 부를 수 있는 데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의 경영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도 정부 지원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탓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가 계속돼 산업은행과 항공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항공사 ABS의 자금 회수율 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자금 지원 요청이 들어온다면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