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성훈 기자
2019.03.04 05:13:00
스톡옵션 행사만 해도 `먹튀`..매각 안했는데 ''대박'' 보도
코넥스 업체는 이전상장 걸림돌 될까 `전전긍긍`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야 이 사기꾼아.”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A업체 대표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주주들로부터 수차례 항의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직원들에게 신주를 교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고 난 이후다. 특히 스톡옵션 행사로 최고 수백 퍼센트가 넘는 수익 ‘대박’을 쳤다는 보도가 나오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일부 주주들은 “경영진이 주주들 등치려고 작정했느냐” “차익만 보고 회사 버리고 도망갈거냐” 등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A업체 대표는 “마치 주식을 매각해 거액을 챙겼다는 식으로 보도가 나오면서 비난을 들었다”며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마치 사기꾼으로 비치는 상황을 겪으면서 회사 구성원들이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스톡옵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뜨거워진 가운데 주주들의 비난에 몸살을 앓는 회사들이 늘고 있다. 거액의 스톡옵션을 두고 주변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주가 상승에만 목을 맨다는 오해도 적지 않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거액만 챙기고 뜰 것이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여전하다.
스마트폰 금융 앱(응용프로그램)인 ‘토스’ 운영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달 임직원 180명에게 1인당 각각 5000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토스 주식 한 주는 2만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임직원에 지급하는 스톡옵션 가치는 시가 기준 1억원 상당으로 총 180억원 규모다. 스톡옵션은 2년 후 50%, 4년 뒤엔 나머지를 행사하도록 했다.
토스 관계자는 “스톡옵션 부여를 통해 개인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을 조직원 모두가 공유하고 있다”며 “조직원 300명 사업장이 될 때까지 들어오는 모든 조직원에게 지금에 준하는 스톡옵션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스톡옵션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스톡옵션 행사이익에 대해 2000만원까지 비과세하는 ‘벤처기업 스톡옵션 비과세’ 제도를 도입했다. 올 들어서는 비과세 한도를 2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하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스톡옵션에 대한 재조명이 한창이지만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社)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공시나 언론 보도를 통해 스톡옵션 행사가 알려질 때마다 주주들로부터 격한 항의를 받고 있어서다.
지난달 스톡옵션을 행사한 한 코스닥 업체 관계자는 “어떤 분들은 다짜고짜 전화를 해서 욕설을 하고 끊은 적도 있다”며 “아무도 하지 않겠다는 사업을 참여한 구성원들에게 나눠준 스톡옵션에 대해 비난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코넥스 시장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코스닥 시장 상장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스톡옵션 행사 이슈가 불거지는 게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판단에 몸을 움츠리는 분위기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인 한 코넥스 업체 관계자는 “주주들의 경우 스톡옵션을 잠재적인 희석 물량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며 “스톡옵션을 부여했다는 소식이 와전되기라도 하면 거센 항의를 받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받은 구성원들조차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투자자들은 스톡옵션 매각으로 주주들이 피해가 본 사례가 있어 마음을 놓을 수 없기도 하다. 실제로 2015년 4월 백수오 파동을 일으킨 내츄럴엔도텍 일부 직원들이 가짜 백수오의 진위를 가리는 와중에 스톡옵션을 행사해 물의를 빚었다. 스톡옵션 행사 공시 당시 내츄럴엔도텍 종가는 9만원이 넘었지만 가짜 백수오 파동 이후 주가는 5만대로 급락하기도 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인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톡옵션과 같은 강력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면서도 “회사 내부 정보에 밝은 임직원들의 주가 상승에 예상되는 시점에서 조직적인 매각 행위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