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오시티와는 딴 세상… 반포동 전세시장 나홀로 ‘꿋꿋’, 왜?
by김기덕 기자
2019.01.30 04:30:00
강남·송파·강동구 전셋값 1억~2억원 '뚝'
반포동 속한 서초구 전세값 보합세 유지
입주 물량 적고, 재건축 이주 5000가구 대기
"올 봄 이후 전세값 상승 전환 가능할 듯"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헬리오시티 입주 영향이 있냐고요? 여기는 딴 세상이에요. 집 사겠다는 사람은 없고 대부분 전세를 재계약하면서 눌러 앉는 분위기라 전셋값이 내릴 조짐을 안보여요.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아지는 봄 이후로는 전셋값이 지금보다 최소 1억원 이상은 뛸 겁니다.”(서초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약 1만 가구 규모의 송파구 헬리오시티발(發) 입주 폭탄 영향으로 서울 강남권 일대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지만 서초구 반포동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주택시장 거래 절벽, 대규모 입주 물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요 아파트 전셋값이 1억~2억원씩 뚝뚝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서초구 전세 시세는 꿋꿋이 버티는 모습이다. 이는 세입자 진출입이 많지 않은데다 미미한 수준의 입주 물량, 학군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재건축 사업장 5000가구 규모의 입주민들이 이주를 앞두고 있어 올 봄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월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해 지난해 11월 마지막 주 이후 9주 연속 약세를 이어갔다. 특히 신규 아파트 입주가 줄줄이 이어지고 있는 동남권 지역 전셋값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달 셋째주 강동구(-0.29%), 강남구(-0.26%), 송파구(-0.26%) 등은 모두 큰 폭 주저앉았다. 올 들어 서울 25개 자치구 중 낙폭이 가장 큰 수준이다. 반면 서초구 전셋값은 0.02% 떨어지는 데 그치며 서울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난달 강남·강동·송파구 전셋값은 모두 하락 전환했지만, 서초구는 0.02% 오르며 강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 약세는 대규모 물량 압박의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고강도 규제로 역대급 거래 절벽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올해 강남4구 입주 물량은 1만6094가구다. 이는 1년 새 5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인 지난해(1만5889가구) 보다 200여가구 더 많은 수준이다.
서초구는 상황이 완전 딴 판이다. 올해 ‘래미안 신반포 리오센트’ 등을 포함해 소형아파트 총 773가구가 입주해 지난해보다 물량이 80% 가까이 줄었다. 강남4구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강남권에서 전세 시세가 가장 높은 것도 전셋값이 유지되는 원인 중 하나다. 반포동 H공인 관계자는 “서초구 내 거주 비율이 가장 높은 반포동 일대는 학군을 이유로 이사와 장기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 데다 전세 시세도 서울에서 가장 비싸 진입 장벽이 높다. 주변 대치동 말고는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그렇다고 새로 들어오는 세입자도 많지 않다”며 “이미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해 다른 지역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KB부동산의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이달 현재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 전셋값(1㎡당) 840만원으로 지난해 말(㎡당 843만원)과 비교해 거의 변동이 없다. 이 같은 전셋값은 절대값 기준 서울 전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헬리오시티가 속한 송파구 평균 전셋값(㎡당 520만원)과 강동구(㎡당 420만원), 강남구(㎡당 650만원) 등에 비해서도 200만~400만원 가량 높다.
재건축 사업의 막바지인 관리처분인가를 획득한 아파트 단지들의 이주가 올해부터 본격화되는 것도 서초구 전셋값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미 올 들어 신반포14차(178가구)가 이주를 시작했다. 이후로는 방배13구역(499가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2120가구), 신반포4지구(2898가구), 신반포13차(180가구) 등이 줄줄이 이주할 예정이다. 신반포4지구 조합 관계자는 “아직 건축변경 심의가 남아 있지만 올 7월에는 이주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미 세입자 중 상당수는 움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서초구 주요 아파트 전셋값도 크게 변동이 없는 편이다. 서초구 반포동 랜드마크로 꼽히는 ‘반포자이’ 아파트 전용 84㎡형 전셋값은 이달 현재 12억~13억 원 수준이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지난해 8~9월 반포래미안아이파크, 반포써밋 등이 입주한 영향으로 연말과 연초 전셋값이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지만 최근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해 12월에 비해 1500만원 가량 높게 전세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며 “겨울 방학 특수로 나왔던 매물이 모두 들어가고, 재건축 이주 수요가 급증하는 올 봄 이후로는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인근에 다른 S공인 관계자는 “비슷한 입지에 속하지만 입주연도나 지하철역 거리 등을 이유로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자이, 반포리체 등의 순으로 전세가격이 1억 원씩 차이가 나는데 매매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으로 최근 전세거래가 뜸하고 가격 변동도 거의 없는 편”이라며 “다만 이주를 앞둔 재건축 아파트에 30~40%는 현재 집주인이 살고 있어 이들 단지가 이사를 시작하면 전셋값이 최소 1~2억원 씩은 뛸 것으로 보인다”고 귀뜸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입주가 일시적으로 집중된 올 1분기 이후로는 강남권 전세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며 “다른 지역으로 세입자 이동이 많지 않은 편인 서초구는 재건축 이주 등의 영향으로 전셋값 상승 압력이 상대적으로 거셀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