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서 태어나면 시민권, 폐지"..'원정출산' 봉쇄되나

by이준기 기자
2018.10.31 02:21:09

美수정헌법 제14조와 배치..''위헌 논란'' 불가피
트럼프 "자문단 검토 결과, 행정명령으로 가능"
악시오스 "트럼프 이민정책의 가장 극적 움직임"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는 사람이 미국 땅에서 낳은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출생 시 자동 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밝혔다. 이 경우 미국 시민권자 자녀를 만들려는 원정출산 자체가 원천 봉쇄되는 셈이다. 11·6 중간선거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반(反) 이민정책’에 난색을 표하는 보수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자국 내에서 태어난 이에게 시민권을 보장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4조와 배치돼 위헌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나 불법 이민자가 미국에서 낳은 자녀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헌법상 권리를 폐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어떤 사람이 입국해서 아기를 낳으면, 그 아이는 본질적으로 미국의 모든 혜택을 누리는 시민이 되는 세계에서 유일한 국가”라며 “말도 안 된다. 이제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인 ‘출생 시 자동 시민권’을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철폐할 수 있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미 언론들은 보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내 자문단이 당연히 그 사안도 검토했다”며 “검토 결과 의회의 법안 처리를 통해 명확히 처리할 수도 있지만, 행정명령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게 자문단의 검토 결과”라고 주장했다.

악시오스는 “‘앵커 베이비’(anchor baby·닻을 내려 정박하듯 원정출산으로 낳아 시민권을 얻은 아기)와 ‘연쇄 이민’(chain migration·미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부모·형제 등 가족을 초청하는 제도를 활용해 연쇄적으로 하는 이민)을 겨냥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펼쳐온 강경 이민정책에서 가장 극적인 움직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넘버스(Numbers) USA’가 만든 자료를 보면 33개 국가가 자국 내 출생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한다”며 “미국이 출생시민권을 부여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한 부분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 인터뷰는 내달 4일 ‘악시오스 온 HBO’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