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氣부터 살려야…양질의 일자리 생긴다

by윤종성 기자
2018.06.25 05:05:41

"재벌 혼내고 중소기업 다독이며
혁신성장 일군다는 건 어불성설"
"새 잣대로 적폐대상 내몰리는데
기업들 투자·고용 위축될수밖에"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과거에 생긴 문제를 현재 잣대로 따져 문제 삼는 듯한 분위기에서 어떻게 기업가 정신이 발현될 수 있겠습니까”

대기업 오너나 계열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의 푸념이 아니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국내 굴지의 정보기술(IT) 업체 창업자의 말이다. 정부는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 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벤처 및 중소기업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업인을 존경하기보다는 죄악시하는 데 어떻게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업인을 죄악시하는데 어떻게 일자리를 창출하고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상당수 벤처기업인들이 당분간 해외 사업에 주력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다.

정부 경제정책을 뜯어보면 기업인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포괄임금제 등 산적한 노동 현안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 등이 경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외적인 경제 여건도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G2(미국·중국)의 무역전쟁, 금리·유가·환율 줄인상 등 외부 요인으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 경기마저 꺾이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데일리가 하반기를 앞두고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 6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안 점검 조사’에서도 이 같은 불안감은 여실히 드러났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올 하반기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가 될 수 있다”며 “대내·외 변수가 수출과 내수를 꽉 틀어막고 있어 기업들 입장에서는 숨쉬기 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은 “더 늦기 전에 문재인 정부가 기업가의 기를 살리고 민생을 보살피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외교· 안보 성과에 가려져 있지만, 청년실업률 등 경제 지표를 보면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며 “이념이 아닌 철저히 실용적 안목으로 경제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득분배 지표는 더 악화되고, 실업률은 지난 18년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지표들의 수치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인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기업인들이 움츠러들지 않고 마음껏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경기도 안산공단에서 전자부품업을 하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노동정책 등이 급진적으로 추진돼 기업인 입장에서 너무 야속하다”면서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융통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