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업계, 정부 일자리 정책 '낙제점'

by남궁민관 기자
2018.04.16 05:40:00

해운재건 선원 지원 전무…"선주만 챙기나"
조선, 인력감축 속 신규채용 "허상만 얘기"

지난 10일 오전 경남 창원시 진해구 STX조선해양 정문으로 STX조선 관계자들이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정부가 위기에 놓인 해운과 조선 재건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하지만 고용 안정과 일자리 창출 계획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이면서 각 업계의 비난에 직면했다. 각 업계 현실에 대한 정부의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5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이후 선원들의 불만이 되레 커지는 모양새다. 오랜기간 민간과의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구성된 계획안이지만, 선박 신조 지원 등 선주들에 집중됐고 정작 선원들에 대한 지원 방안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당장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은 9일 성명서를 통해 “이번 정부의 대책 발표은 기업에게만 편중되어 있을 뿐 선원들을 살리겠다는 의지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선원 고용 없는 해운재건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해운업에 종사하는 선원들은 그동안 한진해운의 파산과 함께 팬오션(028670)의 법정관리, 현대상선(011200)의 유동성 위기 등을 겪으며 임금하락은 물론 일자리를 잃는 일이 빈번했다. 이에 더해 선주들은 인건비 감축을 이유로 외국인 선원 고용 비중을 늘리며 한국인 선원의 일자리를 지속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우리나라 선대는 꾸준히 증가하며 취업선원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지만, 한국인 선원의 수는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선원복지고용센터가 발간하는 한국선원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취업선원은 2009년 말 총 5만2917명에서 2016년 말 5만8992명으로 증가했다. 같은기간 외국인 선원은 1만3789명에서 2만3307명으로 큰 폭 증가했지만, 한국인 선원은 3만9128명에서 3만5685명으로 되레 감소했다.

해외 무역을 담당하는 외항선 취업선원을 따로 놓고 보면 외국인 선원의 비중 확대는 더욱 뚜렷하다. 외항선 취업선원은 2009년 1만4626명에서 2016년 1만9759명으로 늘었다. 외국인 선원은 5787명에서 1만1211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고, 한국인 선원은 8839명에서 8548명으로 줄었다. 이미 외국인 선원 비중이 절반을 훌쩍 넘어선 상황이다.



장성아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선주들의 경영실패로 선원들이 구조조정을 당해 일자리를 잃는 마당에, 정부는 우리 세금으로 선주들만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며 “이 와중에 선주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외국인 선원들을 더 뽑으려는 양상까지 보이며 우리 선원들이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의 경우 정부의 오락가락 일자리 정책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정부가 5일 발표한 ‘조선산업 발전전략’에는 시황회복을 고려해 대형 3사(현대중공업(009540),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신규채용을 2018~2022년 연평균 3000명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각 사 뿐 아니라 노조 역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당장 현대중공업은 약 2400명(노조 예상치) 규모의 희망퇴직 시행을 앞두고 있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현재 1만여명에서 향후 9000여여명까지 직원수 감축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주환경이 나아졌다고 하반기까지 좋으리란 법이 없다”며 “각 업체들은 이같은 불확실성 속에 회사를 작고 단단하게 만드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신규채용 확대 계획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역시 9일 성명서를 내고 이같은 정부의 안을 정면 비판했다. 성동조선해양은 법정관리 돌입을 앞두고 있고 STX조선해양은 고강도 인력감축을 진행하는 와중에 조선 빅3에서 매년 3000명씩 신규 채용하겠다는 정부 안은 “졸속적이고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당장 사람 자르기 위주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새로운 고용시장의 판을 짜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며 “문재인 정부는 현재의 일자리 축소는 애써 눈감고 미래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허상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규 채용을 말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인력감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달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