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마련·갭투자에..'홀수해 징크스' 깨는 전세시장
by원다연 기자
2017.07.14 05:30:00
집값 상승에 매매 쑥↑ 전세 수요 털썩↓
전세 낀 매입자 늘어 공급은 증가
서울 전세가율 20개월 만에 최저
하반기 23만 3436가구 집들이…상반기보다 46% 늘어나
당분간 전셋값 안정세 지속 전망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전세를 살다가 이참에 집을 사야겠다며 아파트 매입을 문의하는 전화는 더러 걸려 오는데 전세 찾는 사람은 없네요. 올해 초랑 비교해 전용면적 48㎡형 기준 아파트 매맷값은 4000만원 가량 올랐지만 전셋값은 그대로 입니다.” (서울 양천구 목동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
올해는 통상 전셋값이 큰 폭으로 오른다는 홀수해이다. 그런데 아파트 전세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 상승 기대감에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돌아선 데다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되팔아 시세 차익을 내는 것)가 확산하면서 전세 물건은 오히려 늘어서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도 입주 물량이 많이 늘어나는 만큼 전세시장 안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3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은 72.4%로 2015년 10월 이후 20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세가율이 낮다는 것은 매맷값 상승폭에 비해 전셋값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는 의미다. 실제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57% 올라 상승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1.3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적으로도 올 상반기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14%로 지난해(0.74%) 대비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재계약 시 올려줘야 하는 전세보증금도 이전보다 줄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아파트 전세 재계약 증액 비용은 평균 1413만원, 서울은 3137만원으로 2년 전(전국 4379만원, 서울 8696만원)보다 각각 2966만원, 5559만원 줄었다. 올 상반기 전세 재계약 증액 비용은 2011년 이후 최저치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1가 L공인 관계자는 “2년 전만 해도 전세 재계약을 하려면 세입자들이 3000만원 정도는 올려줘야 했던 용산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84㎡형의 경우 지금은 2년 전 계약 당시 5억 8000만원보다 저렴한 5억 5000만원 안팎의 물건도 전세로 나오고 있다”며 “인근에서 신규 입주 물량이 쏟아지다 보니 전세 물건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는 전세시장에서는 통상 홀수해에 이사 수요가 많아 짝수해보다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홀수해 효과’가 두드러진다. 당초 1990년 전세 계약기간을 2년으로 의무화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전세시장은 짝수해에 전셋값이 크게 오르는 ‘짝수해 효과’가 나타났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이듬해인 2009년에 전세계약이 크게 늘면서 홀수해 효과로 전환됐다.
홀수해 효과도 통하지 않는 최근의 전셋값 안정세는 입주 물량 증가와 함께 최근 2년간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늘어난 갭투자로 시장에 전세 물건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갭투자는 실거주 목적이 아닌 까닭에 전세가 만기 돼도 다시 전세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며 “갭투자가 늘면 시장에 전세 물건도 늘어나는 이유”라고 말했다.
| △연도별 전세 재계약 비용 추이. [자료=부동산1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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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입주 물량도 45% 이상 급증한다. 부동산인포 집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12월까지 전국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모두 23만 3436가구에 달한다. 이는 올 상반기(16만 160가구)보다 45.8%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18만 3382가구)에 비해서도 27.3% 늘어난 규모다.
지역별로 입주 물량이 집중되는 곳은 경기도 화성·시흥시와 세종시 등이다. 화성시와 시흥시에서는 2년 전부터 분양 물량이 많았던 동탄2신도시와 배곧신도시가 입주를 본격화하면서 하반기에만 각각 1만 3692가구, 1만 250가구가 집들이에 나선다. 세종에서는 연말까지 모두 5264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화성 동탄2신도시 등 입주 물량이 몰리는 일부 지역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집을 비워두거나, 새 세입자를 구하더라도 낮아진 전셋값으로 인해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부터 연말까지 서울에서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건축 단지 이주가 예정돼 있어 국지적인 전세난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이달 20일부터 5930가구 규모의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이주에 이어 내달 강남구 개포주공4단지(2840가구), 연말 개포주공1단지(5040가구) 등의 이주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서울에서는 내년 하반기가 돼야 입주 물량이 증가세로 돌아선다”며 “서울과 인접한 하남·성남시 등지의 입주 물량이 많지 않아 올 하반기 전반적인 전세 안정세에도 서울에서는 국지적인 전세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