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논설 위원
2015.06.04 03:01:01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이 FIFA 새 회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프 블라터 회장의 전격 퇴진으로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된 데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서 판단하겠다”며 도전 의사를 강력히 내비친 것이다. 그가 그동안 대한축구연맹 회장으로 2002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를 성사시키는 등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출사표는 여러 가지로 의미를 지닌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 외교 차원에서 국내 스포츠계 지도자들의 활발한 국제무대 진출을 기대하게 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IOC 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것이 그 하나다.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맡은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도 비슷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블라터의 길을 따르면 안 된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분명한 교훈이다.
그동안 세계 축구계의 황제로 군림해 온 블라터 회장의 전격 퇴진은 사실상 예고됐던 수순이나 다름없다. 최근 FIFA 총회에서 5선(選)에 성공했으면서도 누적된 파문으로 스스로 물러나는 굴욕을 맛본 것이다. 1998년 FIFA 회장에 당선된 이래 17년간 FIFA 곳간에 약 15조원을 채워넣는 등 행정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과시했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블라터 회장의 발목을 잡은 것은 부정부패 의혹이다. 그의 최측근 인사가 남아공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 불거졌다. 이에 유럽축구연맹이 월드컵 보이콧과 FIFA 탈퇴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월드컵 개최지와 중계권·후원업체 선정 등을 둘러싼 FIFA의 부패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이번 파문은 결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축구, 태권도, 스케이팅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각종 승부조작·뇌물수수·횡령 등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 스포츠계도 이번 블라터 파문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정노력을 펼쳐나가야 한다. 비리로 얼룩져서는 팬들의 사랑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