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주 열풍]요우커 마오씨와 아이 엄마 마오씨의 하루

by김인경 기자
2015.04.27 06:00:30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4호선 명동역은 이미 중국어 간판이 가득하다. 한국인보다 중국인이 더 많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주말이나 연휴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들이 계속 늘고 있다. 중국인의 시대다.

반면 중국은 한국의 시대를 맞고 있다. 한국 연예인을 보기 위해 유투브(Youtube)를 통해 동영상을 보는 20대부터 한국의 분유나 완구를 직접 주문하는 30대 열성 엄마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에 온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 내 한류족의 하루를 재구성했다.

50대 중국인 마오 씨(가명)는 딸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에 패키지 여행을 왔다. 비행기표가 많아 구하기 쉬운데다 거리도 가까워 부담이 없었다. 가까운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올까 했지만 반중국 시위가 위험하다는 남편의 만류에 한국을 택하게 됐다.

첫 날 마오씨 모녀가 간 곳은 경복궁이었다. 몇 년 전 중국에서도 유행한 드라마 ‘대장금’처럼 한복을 빌려 입어보거나 사진을 찍고 난 후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청와대로 향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여행은 밋밋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를 타고 20분을 갔을까,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에 도착하자 마오씨는 신이 나기 시작했다. 프라다나 루이비통 같은 명품브랜드부터 MCM이나 설화수 같은 한국 브랜드도 즐비했기 때문이다. 품질 좋다는 한국의 밥솥과 믹서기 등 가전제품도 중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었다.

둘째날은 마오씨가 가장 기대했던 일정, 서울 시내를 관광하는 날이다. 마오씨 모녀는 을지로 입구역에서 내려 미샤와 네이처리퍼블릭 등 화장품 가게로 향했다.

한국 기초화장품은 가격이 싼데다 중국인 피부와도 잘 맞아 인기가 높다. 마오씨는 자신이 쓸 스킨로션 세트를 다섯 통을 산 후, 친구들에게 선물할 마스크팩 세트과 립밤 세트 등을 담았다. 가격이 저렴한데다 10개를 사면 10개를 더 주는 ‘덤’ 장사에 어느새 종이가방이 세 개로 늘었다. 중국어를 잘하는 점원들이 많아 쇼핑도 편했다.



화장품 가게를 빠져나온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광고하는 한국 SPA패션브랜드인 스파오(SPAO)와 믹소(MIXXO)에 가서 셔츠와 가방을 샀다. 남대문으로 향하자 이번엔 마오씨가 신나기 시작했다. 글라스락과 락앤락 등 주방밀폐용기가 크기별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유리용기를 사용한 적 있지만, 한국에 직접 와서 사니 가격도 훨씬 싸고 종류도 다양했다. 무거울까봐 꺼려하자 점원은 마오씨 모녀가 숙박하는 호텔까지 배송해주겠다고 했다.

마오씨는 호텔로 돌아와 딸과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치맥(치킨+맥주)’을 먹고 마스크팩을 붙이고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출국하는 길엔 술을 많이 마시는 남편에게 선물할 홍삼 젤리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30대 주부 루오 씨(가명)는 두 아이를 둔 엄마다. 아이 하나만 낳아 자식에게 뭐든지 다 해주던 소황제(小皇帝:중국 1가구1자녀 정책으로 1979년 이후 각 가정에서 독자로 태어나 황제처럼 자라온 세대) 시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의 건강이나 교육에는 제법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세먼지가 많은 도심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지난해부터 루오씨의 첫째 아이가 몸을 긁더니 아토피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후 루오씨는 아이의 생활용품을 모두 바꿀 수밖에 없었다. 물통을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병으로 샴푸나 로션, 그리고 옷도 모두 바꿨다. 이때 도움이 된 건 한국 제품이다.

최근 중국내 대형마트에도 프리미엄 제품으로 들어오는 제품은 공정과정이 비교적 투명하고 포장이 깔끔해 믿을 만하다는 평가다. 중국보다 아토피 전문 브랜드가 많아 안심하고 쓸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알리바바 등 인터넷으로 직접 살 수 있는 경우도 많아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둘째 아이 역시 혹시나 피부질환에 걸릴까봐 분유와 기저귀는 한국제품을 주문하고 있다. 몇 해 전 멜라닌 분유 파동에 대한 불안감도 한몫했다.

물론 가격에 대한 부담은 있다. 중국 제품보다 다소 비싼 만큼, 한 달치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돈을 아끼기 보다 다른 소비를 줄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