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방성훈 기자
2015.01.23 03:25:00
국제유가 오르거나 내릴 때와 실제 가격차 크지 않아.
"유류세 등 63% 육박하는 세금이 착시효과 원인"
[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린다’는 속설이 사실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들이 가격을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싱가포르 국제석유제품 가격과 비교하면 오히려 변동폭은 더 작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싱가포르 휘발유값은 지난해 7월 첫째 주 리터당 792.53원에서 올해 1월 첫째 주에는 389.31원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소매)되는 보통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9.17원에서 1568.65원으로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정유사들이 국내 주유소에 공급(도매)한 가격은 1758.57원에서 1382.63원으로 내렸다. 싱가포르 휘발유값이 403.22원(50.9%) 내리는 동안 국내 정유사의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 가격은 각각 375.94원(21.4%), 290.52원(15.6%) 하락한 것이다.
국제 가격이 국내에 반영되기까지 2주 정도 걸린다는 점을 고려해 지난해 7월 셋째 주부터 이달 21일까지의 가격을 살펴보면 국내 휘발유값이 1856.92원에서 1468.93원으로 387.99원 하락해 그 폭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반대로 싱가포르 휘발유 가격이 최근의 하락폭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던 시기의 경우 싱가포르 휘발유값보다 국내 휘발유값이 덜 올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 휘발유값은 2010년 8월 넷째 주부터 2011년 4월 넷째 주까지 리터당 580.92원에서 989.53원으로 408.61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값은 리터당 1714.08원에서 1946.57원으로 232.49원 오르는데 그쳤다. 정유사 공급 가격도 1593.64원→1824.01원으로 인상폭이 230.37원에 불과했다.
두 달 새 200원 가량 급등했던 2012년 6월 넷째 주부터 2012년 8월 셋째 주까지의 기간에도 싱가포르 휘발유값이 703.01원에서 906.67원으로 203.66원 오르는 동안 국내 휘발유값은 1939.22원에서 1958.98원으로 19.76원 오르는데 그쳤다.
변동폭만 놓고 보면 정유사들이 주장한 것처럼 국제유가 하락세를 국내 휘발유 공급가격에 상당부분 반영한 셈이다. 내릴 때는 덜 내렸지만 오를 때도 덜 올리면서 국내 휘발유값 변동성을 최대한 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국내 휘발유 가격이 ‘오를 때는 빨리 오르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것처럼 느끼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 교수나 연구기관 등에서 많은 분석을 했는데 데이터만 가지고 보면 오를 때 빨리 오르고 내릴 때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은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도매가격 떨어지는 만큼 소매가격이 하락하지 않아서 소비자가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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