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뭐길래]"초이, 담배 끊을 건가요?"

by윤종성 기자
2014.12.05 06:10:00

[커버스토리①]어쩌다 동네북..나는 담배입니다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사람들은 저를 주로 주머니에 넣고 다녀요. 간혹 가방에다 넣고 다니기도 하지만, 꺼내기가 번거로워 손이 쉽게 닿는 주머니를 선호합니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항상 제가 곁에 있어야 한대요.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면 허전하다나….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저를 찾아요. 술을 마실 때도, 잠시 쉴 때도 저랑 항상 함께 하죠. 주로 팍팍한 삶을 사는 서민들이 저를 통해 시름을 푼다 해서 ‘서민들의 기호식품’이라고도 불린답니다.

하지만 몇 년 새 인기가 시들해진 것 같아요. 제 생각인데 요새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살림살이가 나아져서 그런 것 같지는 않고, 건강을 챙기는 요즘 사람들과 저와의 궁합이 잘 안 맞아서 그런 것 같아요. 새해가 되면 저를 부러뜨리고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사람도 있답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정말 속상해요. 그런 사람들을 향해 저는 속으로 ‘넌 분명히 작심삼일로 끝날 거야’라고 저주한 적도 있답니다. 제가 누구냐고요? 저는 요즘 가장 핫(hot)한 ‘담배’입니다.

얼마 전부터는 나라님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제가 ‘백해무익’하다고 몰아세우더니, 국민 건강을 위해 제 몸값을 올리기로 했답니다. 웬일로 정치하는 분들도 정부안에 흔쾌히 동의해서 제 몸값은 내년부터 2000원이나 오르게 됐어요. 그런데 저는 국민건강을 위해서 제 몸값을 올린다는 얘기를 믿지 않아요. 제 몸값을 올려 흡연 인구를 줄이겠다더니, 정작 제 몸(담뱃갑 포장지)에 흡연의 폐해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경고그림을 표기하는 것은 뒤로 미뤘잖아요. 앞뒤가 안 맞는 것 아닌가요?

나라님들의 깊은 속을 제가 모두 헤아릴 수는 없지만,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요. 제 몸값이 2000원 오르면 2조 8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추가로 걷힌다고 해요.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경기가 안 좋아 ‘세수 가뭄’이라는데, 제 몸값 인상 한방으로 고민을 해결하는 거죠. 이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와요. 나라님들이 담뱃세 인상을 통해 세수 부족을 메우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세수 증가분을 ‘고의로’ 적게 잡았다는 거죠.



담뱃값이 내년 1월1일부터 오른다니, 이제 한 달도 안 남았네요. 요새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형마트부터 편의점, 동네 슈퍼까지 돌아다니면서 저를 ‘사재기’ 하고 있어요.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 제 몸값이 오르기 전에 많이 확보해 놓는 게 중요하니까요. ‘담배 품절’이라고 붙여놓은 슈퍼도 여럿 보이더라고요. 하지만 가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광경도 있어요. 저를 두고 “더 팔아라” “못 판다” 하면서 가게 주인과 손님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그래요. 그럴 때마다 저는 누구 편을 들어야 할 지 난감하답니다.

제 몸값이 오르면 저를 멀리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겠죠? 이번 2000원 인상으로 우리나라 성인남성흡연율이 2016년에는 35%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더라고요. 올해 42.1%였으니까 앞으로 2년 동안 7.1%%포인트나 떨어진다는 거네요. 사람들이 절 멀리할 걸 생각하면 속이 타들어 갑니다. 담배 끊은 남자와 다이어트에 성공한 여자는 독한 사람이니 사귀지 말라던 시절도 있었는데, 다 옛말인가 봐요.

하지만 사람들이 다 저를 멀리 해도 ‘초이’(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는 안 그럴 거라 믿어요. 하루에 두 갑 가까이 폈는데 저랑 절교할 수 있겠어요? 그의 말처럼 이번 담뱃값 인상이 건강을 위한 거라면 끊을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짐작대로 세수 확보를 위한 거라면 경제 수장인데, 총대 메고 더 피울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갑자기 초이의 선택이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