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패션 잘 팔았다며.." 씁쓸한 개인 투자자

by김대웅 기자
2013.09.30 07:20:00

증권가 일제히 호평..주가는 연일 약세
개인 대량매수한 반면 기관은 차익실현

[이데일리 김대웅 기자] 제일모직 투자자들이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패션사업 부문 매각이 회사가치 상승에 긍정적이라는 증권사들의 공통된 분석에도 불구, 주가는 반대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 매각에 대한 호평에 따라 매수에 가담한 개인 투자자들은 한마디로 ‘물린 상태’가 됐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을 챙겼다.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제일모직(001300)의 주가는 매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 23일에 전일 대비 6.3% 급등한 9만78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이후 맥을 못추는 모습이다. 26일 소폭 반등에 나서긴 했지만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가 계속되며 이튿날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23일 고점 대비 4% 가량 내린 상태다.

제일모직 수급주체별 매매 현황(자료: 우리투자증권. 단위: 주)
기관 투자자는 매각 발표일부터 내리 5거래일 연속 제일모직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 기간 35만주 가량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300억원 이상의 주식을 정리했다. 이달 들어 꾸준히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도 팔자세로 돌아섰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은 51만주 넘게 순매수했다.

결국 사업 매각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차익을 챙기고 나갔고 개인만 물린 셈이 됐다. 향후 주가가 어떠한 흐름을 보일지 알 수는 없으나 현재로선 개인 투자자만 씁쓸한 상황이다.

한 투자자는 “애널리스트가 앞에서 매수를 외치고 뒤에서 펀드매니저는 주식을 팔아치운 꼴”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관의 이같은 매도세는 제일모직의 단기 실적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값 이상의 가격에 패션 부문을 팔았다 해도 실적 측면에서 보면 결국 연평균 600억~700억원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게 됐기 때문이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매각 대금을 통해 향후 새로운 사업 확장을 도모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패션 부문의 이익이 빠지게 된 것은 사실”이라며 “주가가 실적을 반영하는 것이라면 당장은 어닝 파워가 약해졌다고 인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소재 전문 회사로 변신을 꾀하며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이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관수 흥국증권 연구원은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집중하게 되면서 중장기 성장성이 보다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지난 23일 제일모직은 패션사업부문 일체를 1조500억원을 받고 삼성에버랜드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패션사업은 제일모직 전체 매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증권업계는 순자산 기준으로 보나 영업가치로 봤을 때 제값 이상을 받았다며 일제히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