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던 대형 개발사업 줄줄이 좌초

by김경원 기자
2013.08.05 07:01:00

6월 이후 한 달에 한 곳 사업 무산

서울 은평뉴타운의 주거·상업복합단지 ‘은평 알파로스’ 조감도. 1조3000억원 규모의 이 개발사업은 시행자의 토지 대금미납과 사업 참여사의 갈등으로 5년 만에 결국 무산됐다. /제공=SH공사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높은 133층(높이 640m)짜리 초고층 빌딩. 서울을 대표하는 건물로 기대를 모았던 ‘상암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랜드마크 빌딩’ (건립) 개발 사업이다..

시작은 거창했다. 장밋빛 청사진에 기대감도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거대한 개발사업은 최근 좌초되고 말았다. 용지를 공급받은 서울라이트타워㈜가 장기간 토지 대금을 미납하는 등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탈출구 없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는 초대형 개발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 이달 초에는 1년 정부 예산과 맞먹는 317조원 짜리 인천 용유·무의도 문화·관광·레저 복합도시(에잇시티) 개발사업이 첫 삽을 떠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사업시행자인 ㈜에잇시티가 투자금을 한 푼도 끌어오지 못해 자금난에 빠진 게 원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했던 대형 개발사업이 장기 불황과 부동산 경기 침체 영향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사업이 아예 백지화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6월 이후 대형 개발 프로젝트 사업이 한 달에 한 곳씩 무너졌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4~5년째 장기 표류 상태에 빠진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들의 회생 가능성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며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고속철도(KTX) 오송역 일대를 개발하는 오송역세권 도시개발사업이 투자자를 찾지 못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충북개발공사는 지난해 말부터 전액 민자출자 방식으로 두차례 공모에 나섰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했다.

개발공사는 이달 지방자치단체가 51%, 민간 투자자가 49%를 출자하는 공영개발방식으로 전환해 세번째 공모 절차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12월29일까지 민간 투자자를 찾지 못하면 도시개발구역에서 자동 해제돼 사업 계획 자체가 폐기되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서울 은평뉴타운 안에 대규모 주거·상업 복합시설을 조성하려던 사업비 1조3000억원 규모의 ‘은평 알파로스’ 개발사업이 시행 5년 만에 결국 무산됐다. 사업 시행자의 토지 대금 미납과 사업 참여사들간 갈등이 원인이었다.

SH공사 관계자는 “알파로스 개발의 필지분할 후 단계별 개발, 소규모 개발이나 PF 사업 재공모, SH공사 자체 개발 등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봤지만 경기 불황과 비싼 땅값 등의 문제로 민간의 참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주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개발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수원 광교신도시에 대규모 도심형 복합상업·문화공간을 조성하기 위한 ‘광교 에콘힐 파워센터’ 개발사업이 백지화됐다. 자금 조달에 실패한 때문이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공모형 개발사업은 접기로 했지만 공사가 토지를 직접 제공하고 건설사는 건설비만 부담하는 방식의 ‘지주공동사업’이나 부지를 일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총 사업비가 6조2000억원에 달하는 청라 국제업무타운 사업도 벼랑 끝에 섰다. 사업 착수 이후 금융위기가 닥쳐 온 결과, 2009년부터 사업이 중단됐다.

자금 투자를 약속한 재무적 투자자들의 이탈로 PF 대출금(2820억원)도 갚지 못했다. 토지주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출자사들이 내달까지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못하면 사업협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기 화성시에 추진 중인 유니버셜스튜디오 테마파크 조성사업도 6년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예상되는 총 사업비는 5조 1570억원, 420만㎡ 부지에 블록버스터 영화세트장과 워터파크, 특급호텔 등, 글로벌 테마파크를 세운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7년 5월 테마파크 조성계획 발표 이후 별다는 진전이 없다. 사업시행자가 토지 소유주(수자원공사)가 정한 토지 매매계약 시한을 끝내 지키지 못해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인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형 개발사업이 무산되거나 좌초 위기에 몰리면서 지자체와 주민들이 냉가슴을 앓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규제 철폐와 PF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