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서영지 기자
2012.08.06 07:39:46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간 운영·KAI 인수·경복궁 옆 호텔 건립 등 '특혜 의혹'
"선대회장 말씀 따라 수송·물류 위주로 사업 확장..전문성 유지"
[이데일리 서영지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정부가 관여하는 각종 알짜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커지면서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부채비율이 800%에 달하는 열악한 경영환경에도 정부의 후원을 받아 과감한 베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간 운영권, 한국항공우주(047810)(KAI) 인수, 경복궁 옆 호텔 건립 등 정부의 허가 또는 승인이 필요한 사업에 연이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중 특혜의혹을 가장 많이 받은 것은 인천공항 급유시설 민영화의 건. 국토해양부는 공개경쟁 방식으로 민간에도 운영권을 개방했다.
그러자 대한항공은 1997년 급유시설 공영화가 된 이후 갤런 당 4.75원이었던 김포공항 시설 사용료가 8.87원으로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민영화의 명분을 내세웠다.
반면 한국공항공사는 “공사가 인수할 당시 김포공항을 확장해 시설을 이동해야 하는 관계로 230억원을 투자해 시설사용료가 오른 것”이라며 과거 대한항공이 운영할 당시 시설투자비를 거의 쓰지 않는 등 부실한 운영을 했다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경쟁 입찰 추진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대한항공 계열사인 인천공항 급유시설의 한 간부가 “이미 대한항공으로 결론이 나 있다”는 발언을 하면서 대한항공 밀어주기 의혹은 더 증폭됐다.
대한항공의 자회사가 운영하는 인천공항 급유시설은 이에 해당 임원을 파면조치하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대한항공은 인수 참여를 여전히 철회하지 않은 상황이다.
KAI 매각 건에도 특혜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정책금융공사는 보유 중인 KAI의 지분 중 4070만 주(41.75%)를 매각하겠다는 공고를 냈으며, 지금까지 참여 의사를 밝힌 기업은 대한항공뿐이다.
KAI는 지난해 매출 1조2857억원, 영업이익 1060억원을 기록한 알짜 기업이다. 국내에서 완제기를 만드는 유일한 항공 방위산업 독점 사업자로, 경영권이 바뀔 경우 정부 승인이 필요하다.
정상욱 KAI 노조위원장은 이와 관련, “대한항공과 이명박 정부 간 많은 연결 고리가 형성돼 있는 것이 포착되고 있다”며 특혜 의혹을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도 “산업은행과 재무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부채가 800%가 넘는 대한항공이 1조5000억원 가량 추가 투자를 할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동반 부실화를 우려했다.
그럼에도 대한항공은 “1976년부터 항공우주사업본부를 운영하며 항공기 부품 제작, 정비, 위성체 등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국내 항공 산업 역사 중 가장 오래된 회사”라며 KAI 인수에 적합한 기업임을 강조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상 시장을 가져가는 것이니만큼 전반적으로 항공산업을 잘 키울 수 있는 기업이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외에도 대한항공이 추진하는 경복궁 옆 서울 종로구 송현동 7성급 호텔도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사업은 대한항공이 서울시교육청의 반대에 부딪혀 행정소송까지 불사했지만 패소한 바 있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6월 유흥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은 학교 주변에도 지을 수 있다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대한항공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옥 스타일로 지어 상징적인 건물(랜드마크)을 만들겠다는 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회사의 바람”이라며 “현행법대로라면 4층까지밖에 지을 수 없어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호텔 건립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과도한 부채비율과 무리한 사업확장에 대한 일각의 우려에 “걱정 없다”고 반박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사는 항공권 판매와 중고 항공기 판매 등으로 현금 확보가 잘된다”며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아 부채비율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낚시를 여러 개 놓는다고 물고기가 많이 잡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조중훈 선대회장의 말씀에 따라 수송과 물류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업 확장이 수송과 물류에 관계된 것이기에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