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2.07.17 05:09:06
3대지수 1%미만 동반 하락..나스닥 2800대로
산업재관련주 부진..JP모간 `차익매물`에 하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매지표가 부진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가운데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의회 증언을 앞두고 관망세도 짙어졌다.
1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49.88포인트, 0.39% 하락한 1만2727.21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도 11.53포인트, 0.40% 낮은 2896.94를 기록, 다시 2900선 아래로 내려갔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전거래일보다 3.14포인트, 0.23% 떨어진 1353.64를 기록했다.
개장전 독일 헌법재판소가 두 달 뒤인 9월 중순에나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 출범과 신재정협약 승인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놓기로 하면서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다시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한 것도 한 몫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지표도 석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 부담이 됐다. 다만 이달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반등하며 제조업 경기는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점을 확인시켰고 씨티그룹의 실적이 호조를 보인 것이 위안거리가 됐다. 오후에는 버냉키 의장의 증언을 앞둔 관망세가 지수 반등을 막아냈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에너지주가 강한 반면 산업재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 알파내추럴 리소스가 BMO캐피탈마켓의 투자의견 강등 탓에 10% 이상 급락했고 아치 콜의 주가도 같은 이유로 3.91%나 내려갔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MSNBC닷컴 지분 50%를 취득한 컴캐스트가 0.13% 하락했다. 반면 지분을 파는 MS사는 0.17% 상승했다.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낸 가넷은 2.59% 올랐다.
아울러 지난주말 JP모간체이스와 웰스파고에 이어 이날 씨티그룹도 양호한 실적을 내놓자 금융주가 대체로 강했다. 웰스파고가 강보합을 유지했고 골드만삭스도 소폭 올랐다. 씨티그룹도 1%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JP모간은 차익매물이 나오며 3% 가까이 크게 하락했다.
◇ 씨티 2Q 실적 ‘선방’..“대규모 감원없다”
자산규모로 미국내 3위 은행인 씨티그룹이 시장 기대를 뛰어넘는 양호한 2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나 경기 둔화와 시장 위축에 이익규모는 지난해보다 12%나 줄었다.
이날 씨티그룹은 2분기중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순이익이 주당 1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1.09달러보다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주당 89센트 전망치보다는 양호한 실적이었다. 다만 매출액은 같은 기간 206억2000만달러에서 186억4000만달러로 감소했고, 시장 예상치인 187억6000만달러에도 다소 못미쳤다.
이같은 매출 감소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산업 붕괴 이후 남은 부실자산을 처리하기 위해 만든 씨티홀딩스의 축소에 따른 것이었다. 씨티홀딩스의 매출은 전체 씨티 자산의 10%에 이르렀고, 이는 전년동기대비 62%나 급감했다. 반면 기업 인수합병(M&A) 수수료는 전년동기대비 2% 증가했고, 투자은행 부문 매출은 21% 줄었지만 JP모간체이스의 35% 감소에 비해서는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편 실적 발표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존 거스패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직원 채용보다 해고가 더 많긴 하겠지만, 금융시장 위축에 따른 대규모 감원은 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낙관했다. 씨티그룹의 현재 임직원수는 26만1000명으로, 석 달전에 비해 2000명 가량 줄었다.
◇ IMF, 세계 경제성장률 3.6→3.5% 하향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하향 조정했다. 이날 IMF가 세계경제전망 수정치에서 올해 세계 경제가 3.5%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했던 3.6%에서 0.1%포인트 내린 것.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도 3.9%, 종전 예상보다 0.2% 낮췄다.
IMF는 0.1%포인트 차이는 반올림 탓에 생긴 것으로, 최근 경기가 부진하지만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아 연간 전망치 조정은 소폭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유럽 위기가 점진적으로 누그러지고, 미국이 급격하게 긴축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다. 이번에 한국 성장률 전망은 발표하지 않았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로존은 올해 -0.3%, 내년에는 종전예상보다 0.2%포인트 내려간 0.7% 성장해 경기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미국도 올해 2.0%, 내년 2.3%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가운데서는 중국 성장률을 종전보다 0.2%포인트 낮춘 8%, 인도는 0.7%포인트 내린 6.1% 성장을 예상했다.
IMF는 유로존 정책대응이 지연되거나 충분하지 못하면 위기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이 감세연장 같은 정치적 합의를 하지 못해 긴축 모드로 돌입하면 세계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기적으로는 미국이나 일본이 재정건전화 계획 수립에 실패하면 투자자가 이탈하면서 채권과 외환시장에 일대 혼란이 생길 수 있고, 신흥국의 잠재성장률 하락 특히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 美 소매지표 부진..제조업지표는 반등
이날 미 상무부는 지난 6월중 소매판매가 전월대비 0.5%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0.2% 증가에 못미쳤고, 앞선 5월의 0.2% 감소에도 못미쳤다.
그동안 호조를 보이던 자동차 판매도 예상수준에 그쳤고 다른 부문 판매도 부진한 탓이었다. 변동성이 큰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4%나 줄어 보합을 예상했던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는 5월과 같은 수준으로, 지난 2010년 5월 이후 가장 부진한 실적이었다. 특히 백화점 판매가 0.7%나 줄었고 가구 아울렛과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판매가 각각 0.8%, 0.6% 감소했다.
또 미 상무부는 5월중 미국 기업재고가 전월대비 0.3%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2% 증가를 점쳤던 시장 예상치를 넘어선 것이다. 이같은 재고 증가는 판매 부진에 따른 것이다. 실제 이 기간중 기업 판매는 0.1% 감소했다. 4월 수치도 당초 0.2% 증가에서 0.1% 감소로 하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5월중 재고/판매 비율은 1.27개월치로, 앞선 4월의 1.26개월보다 높아졌다. 이는 지난해 5월 이후 1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뉴욕 제조업경기를 보여주는 7월 엠파이어스테이트지수가 7.39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4.00을 웃돌았고 앞선 6월의 2.29보다도 높았다. 세부 항목별로는 신규주문지수가 -2.69를 기록해 6월의 2.18보다 부진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10개월만에 가장 저조했다. 6개월후 경기전망지수도 20.20으로, 6월의 23.13보다 낮아졌다. 반면 출하지수는 4.8에서 10.3으로 크게 높아졌다.
◇ ESM 출범 ‘빨간불’..獨헌재, 두달후 위헌판결
유로존 영구구제기금에 가장 큰 금액을 출자하게 될 독일이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 출범 승인을 두 달씩이나 늦추게 됐다. 자칫 유로존의 위기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이날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성명서를 통해 “독일이 ESM 설립과 신재정협약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 위헌인지 여부를 묻는 소송에 대한 판결을 오는 9월12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일 공청회 이후 판결까지 무려 두 달 이상 소요되는 셈이다.
당시에도 헌법재판소측은 “의회는 근본적으로 폭넓은 재량권을 가지고 있고, 특히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은 만큼 의회가 ESM 출범을 승인한 판단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우리가 최종 판결을 내리는 것은 여러 측면에서 쉽지 않다”며 판결을 유보했었다.
이처럼 상원과 하원에서의 승인에도 불구하고 일부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위헌소송으로 독일에서의 신재정협약과 ESM 출범 승인이 지연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롤프 스트라우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이사는 “헌재 판결을 두 어달씩이나 더 끄는 것은 아주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경고했다.
◇ “민간 손실분담 확대”..ECB, 스페인에 강경론
유럽연합(EU) 국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스페인 은행들의 선순위 채권자들까지 손실을 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소식통들을 인용, ECB가 스페인과의 구제금융 지원 합의안에 이같은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던 EU 재무장관회의에서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같은 입장을 분명히 했고, EU 국가들의 재무장관들은 “금융시장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보이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련돼 있는 최대 1000억유로에 이르는 스페인 구제금융 지원 합의안 초안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구제금융 지원을 받는 은행들의 주주와 후순위 채권자들에게만 손실을 분담하도록 한다’고 돼 있다.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이날 “초안대로라면 선순위 채권자는 손실 분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고 확인했다.
ECB의 이같은 입장은 스페인과 같은 부동산시장 급락으로 구제금융까지 간 아일랜드 때와 정반대되는 상황이다. 당시 ECB는 민간 채권자들의 손실 분담을 요구하지 않았다. 사실 그동안 유로존에서는 은행권 부실화를 다룰 때 선순위 채권자에 대해서는 손실 분담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번 ECB의 입장 변화는 유로존의 은행권 부실 처리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ECB의 요구대로 선순위 채권자들까지 손실을 분담하게 될 경우 납세자들이 은행권 정상화를 위해 부담해야 세금이 줄어들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모든 채권자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는 우려에 시장에서 스페인 채권값이 하락할 여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