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박근혜, 두 개의 전선에 반격하다

by김성곤 기자
2012.06.25 0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5일자 4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미래 권력에 가장 근접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은 4·11 총선 이후 4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등 초강세다. 다만 6월 중순으로 알려졌던 대선 출마 선언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박 전 위원장이 정중동 모드를 이어가는 동안 김문수·이재오·정몽준 등 비박 3인방의 공세는 융단 폭격 수준이다. 민주통합당 역시 문재인·손학규·김두관 3파전 구도로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본격적인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공세는 거칠어지고 있지만 박 전 위원장은 말이 없다. 정치적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박 전 위원장을 향한 새누리당 비박 주자와 민주당의 공세는 ‘하루 빨리 링에 오르라’는 것이다. 기자회견과 인터뷰에서 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박 전 위원장의 침묵으로 메아리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등 경선 룰을 둘러싼 친박 대 비박의 갈등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김문수·이재오·정몽준 등 비박 주자는 경선 보이콧까지 시사하고 있다. 경선 시기와 방식을 둘러싸고 극적인 타협점이 마련되지 않으면 최악의 사태는 현실화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사당화’ 논란에 집중됐던 비박 주자의 공세는 과거사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이재오 전 장관은 지난 20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은 유신 통치의 장본인이다. 단 한번도 그 시절에 대해 진지하게 참회하거나 반성한 적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도 “박근혜 의원은 1974년부터 1979년 박정희가 죽을 때까지 만 5년 넘게 철권 통치자 박정희에 이은 2인자의 신분을 누렸던 장본인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자였다”고 논평을 내며 힘을 보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치권의 종북 주사파 논란과 관련, “친일 종북의 원조는 박정희”라며 “박근혜 전 위원장은 유신 독재자의 딸, 친일 종북 원조의 딸”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차기주자들의 공세도 본격화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결정적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고, 김두관 경남지사도 “박근혜 의원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하기 싫다”고 언급했다.
 

박 전 위원장을 향한 비박 진영과 야권의 공세가 드세지만 정작 박 전 위원장의 대응은 별다른 게 없다. 이재오 전 장관의 ‘여성 대통령 시기상조론’에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나요”라고 언급한 것이 고작이다.

박 전 위원장이 침묵하는 동안 친박 인사들이 총대를 메고 반격에 나섰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과거사 공세와 관련, “지금 아무런 변명도 못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상대로 해서 아무개의 딸이라고 공격하는 것은 올바른 대선 경쟁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혜훈 최고위원도 이 전 장관의 발언과 관련,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지금의 남성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던 분”이라고 꼬집었다.

박 전 위원장의 반격은 대선 출마 선언문이 공개돼야 베일을 벗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거사 문제와 관련,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산업화·민주화 세력의 화해와 통합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에서도 비슷한 입장을 견지했다. 박 전 위원장은 “아버지 시대에 불행한 일로 고초를 겪으신 분과 가족에게 항상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사과하며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헌신해 오신 분들의 희생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산업화, 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고 새로운 선진한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 2004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예방, “아버지 시절에 많은 피해를 입고 고생한 것을 딸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고 김 전 대통령은 “현직 정치인 중에 동서 화합을 이룰 최적임자는 박근혜 대표뿐”이라고 화답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