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1.11.09 05:52:52
IAEA 핵무기 의심..이스라엘 군사공격 경고
원유 공급부족에 재고축소..유가수준도 높아 부담
"시장 위험..200달러까지 갈 수 있는 시나리오"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국제유가 200달러의 악몽이 재연될 것인가.`
원유시장에 해묵은 대형 악재인 이란 핵무기가 또다시 등장했다. 잠시 잠잠하던 중동이 다시 화약고로 부각되면서 유가가 치솟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입수된 첩보들에 따르면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란이 핵탄두에 우라늄을 활용하고 있고 컴퓨터를 사용한 모의 핵폭발 실험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이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이란과 이스라엘은 뜨겁게 맞서며 긴장감을 높였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군사공격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고,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위협을 멈추라고 경고했으며 우리는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고 우리를 공격하는 국가는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맞받아 쳤다.
이처럼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데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퇴소식까지 겹치며 12월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일대비 1.3% 올라 배럴당 96.80달러까지 올랐고, 브렌트유도 115달러를 넘어섰다.
시장은 `지난 3년간보다 지금 상황이 더 좋지 않다`며 벌써부터 지난 1990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때 국제유가가 200달러까지 치솟았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것은 크게 3가지 대목이다. 우선 리비아와 예멘, 시리아 등이 원유 생산을 정상화하지 못하고 있는 공급 부족상황이라는 점이고, 유럽 등 원유 재고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고 유가 랠리의 출발점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타이트한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에 지정학적 불안까지 가세할 경우 유가는 크게 뛸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날 미 에너지부도 원유 보고서를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에서의 원유 생산 차질로 공급이 불확실한 만큼 유가는 지속적으로 상승압력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란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에 이은 세계 3위 원유 수출국이다. 지난해에도 하루 평균 260만배럴을 판매했고 대부분 일본과 중국, 인도 등 아시아에 팔려 나갔다.
더구나 이란에서 군사적 충돌이 빚어질 경우 원유를 수송하는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수 있는 위험도 있다. 이 해협을 통해 수송되는 원유만 하루에 1550만배럴 수준이다.
바클레이즈캐피탈의 헬리마 크로프트 정치애널리스트는 "원유시장은 너무나 자신만의 논리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지금 원유시장은 2년전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백악관 원유 자문관을 했던 로버트 맥널리가 운영하는 래피던그룹이 시장 트레이더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갑작스럽게 공격할 경우 유가는 한 시간만에 평균 23달러 치솟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호루무즈 해협이 봉쇄되는 상황일 경우 브렌트유는 17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고 일부는 175~290달러까지 점쳤다.
이는 지난 1년전 서베이 때보다 훨씬 더 높은 수치들인데, 그 만큼 현재 원유시장 펀더멘털이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난 1990년에 유가 200달러를 정확하게 예상했던 독립 컨설턴트인 필립 벌레거 애널리스트는 "이것은 정확하게 배럴당 200달러까지 가는 시나리오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