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인텔, '수퍼폰說'에 감정골 깊어만 가네

by류준영 기자
2010.09.22 17:46:03

[美 새너제이=이데일리 류준영 기자]스마트폰 그 다음은?
 
“수퍼폰”

완벽한 컴퓨팅 기능에 통화기능을 겸비한 최상의 이동형 단말기를 엔비디아가 ‘수퍼폰’이라 명명하며, 모바일에 특화된 그래픽 칩셋 ‘테그라’를 통해 내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모바일 시장 판도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 엔비디아가 상용화한 "테그라 태블릿" 버전의 주요 특징들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그래픽테크놀로지 컨퍼런스(GTC) 2010''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테그라’를 모바일시장 대응에 전초기지로 삼고 매년 2-3-4 버전 업 모델을 연속해 선보이는 파상공세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테그라’는 엔비디아가 5년간 공들여 제작한 휴대기기 전용 SOC(시스템온칩)으로 MP3 플레이어나 태블릿PC, 스마트폰에 데이터처리량을 도와 대용량 파일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도록 해준다.

예컨대 이를 단 제품은 고화질 HD비디오 재생은 물론이거니와 웹 브라우저를 빠른 속도로 띄우거나 전력소모를 최소화할 수 있다.

올해 말께 ‘듀얼코어’ 성능과 맞먹는 ‘테그라2’가 채용된 스마트폰을 LG전자를 비롯한 유수의 전자기업이 선보일 것으로 알려져 있는 가운데 젠슨 황 CEO가 이날 “이미 후속버전인 ‘테그라3’가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혀 좌중을 놀라게 만들었다.



또 그는 앞으로 “개인용 단말기에서도 누릴 수 있게 한 수퍼컴퓨팅부터 클라이언트 컴퓨팅 기술노하우(Know-How)까지 죄다 스마트폰에 접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부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 전부터 슈퍼컴퓨팅 시장은 인텔과 AMD CPU가 독식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엔비디아 GPU(그래픽 처리장치) 기반 슈퍼컴퓨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전력 효율 측면에서 매력을 느낀 HP와 델, IBM 등 9개 기업이 이 같은 제품OEM(주문자생산)에 뛰어들고 있는 것.

"쿠다 모멘텀" GPU 기반의 개발자들이 차차 늘고 있음을 수치로 나타냈다.

젠슨 황 CEO는 "160개의 CPU가 소모되는 슈퍼컴퓨팅이, GPU를 사용하면 8개 클러스터 만으로 해결된다"며 "GPGPU 발전속도를 고려한다면 오는 2021년엔 CPU 기반 슈퍼컴퓨팅보다 100배 이상의 성능격차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수퍼컴퓨팅 분야까지 파고들어 공격 수위를 높이는 엔비디아가 ‘슈퍼컴퓨팅+모바일'' 퓨전기술을 향후 내놓겠다고 벼르니 인텔 입장에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이어 열린 개별 섹션에선 빌 댈리 엔비디아 수석 과학자가 “아톰 프로세서 기반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로 네트워크단말기 패권다툼에서 체면을 구길대로 구긴 인텔의 자존심을 GPU 진영에서 대신 회복해 주겠다”며 젠슨 황 발언을 거들었다. 인텔의 입장에선 굴욕적인 언사가 아닐 수 없다.

또 빌 댈리는 필수부품인 핵심코어에서 “인텔의 CPU 프로세서를 탑재할 의사가 없다”라고 잘라 말하며 선을 그었다.

▲ 빌 댈리 엔비디아 수석 과학자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반도체칩셋 시장 공룡인 인텔이 제 밥그릇(CPU프로세서) 놓아두고 그래픽시장까지 손을 뻗어 마음이 상한 엔비디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또 한번 격한 감정대립을 펼칠 양상이다.

한편 인텔은 지난 13일 인텔개발자회의(IDF)를 통해 “CPU와 GPU가 결합된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며 “내년 초엔 APU를 탑재한 PC가 출시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낮은 퍼포먼스 수준의 그래픽을 처리하는 정도에 그친다. 다만, APU는 GPU 시장으로 영토확장을 꾀한 인텔이 그간 숨겨뒀던 송곳니를 드러낸 것으로 엔비디아와 미묘한 대립각 구조를 세운 단초를 제공한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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