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유럽발 위기감에 투매..다우 3%대 급락

by지영한 기자
2010.05.07 05:41:31

다우 지수 장중 한 때 1만선 무너져..주문실수까지 겹쳐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뉴욕증시가 6일(현지시간) 유럽지역 재정위기 확산 우려감으로 장 후반 일부 투매성 매물이 쏟아져 큰 폭으로 하락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 매입을 통한 유로존의 지원 가능성을 일축하고, 재정위기에 휩싸인 그리스에서 폭동이 벌어진 점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여기에다 장 후반 주문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다우 지수는 장중 한때 1만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347.80포인트(3.2%) 급락한 1만520.32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82.65포인트(3.44%) 떨어진 2319.64를, 대형주 중심의 S&P 500 지수는 37.71포인트(3.23%) 하락한 1128.16%를 기록했다.

뉴욕증시는 출발부터 약세였다. 개장 전에 발표된 미국의 경제지표가 대체로 양호한 수치를 내보였지만, 유럽지역 재정위기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이 이날 열린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시장의 바람과 달리 유로존에 대한 지원책을 일절 제시하지 않은 점이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설상가상으로, 그리스 의회가 구제자금 대가로 약속한 고강도 `긴축 법안`을 승인하자, 아테네 시내에서 폭동이 발생했고, 이를 생중계로 지켜본 월가의 투자자들은 오후 들어 매물을 더욱 쏟아냈다.

또 미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 FOMC의 위원인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유럽지역의 재정위기가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요지로 강연을 한 점도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유럽지역 재정위기 우려감으로 유로화가 폭락하면서 미국 달러화가 상대적 강세를 지속하자, 달러화와 역 상관관계에 있는 국제유가와 상품가격이 급락한 점도 원자재 상품 주를 강하게 압박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주요 소매점들의 4월 동일 점포 매출이 기대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매업종이 큰 폭으로 하락하며 시장 하락을 부추겼다.

다우 지수를 구성하는 30개의 블루칩 종목 중 주가가 오른 종목이 전무할 정도로 이날 주식시장에는 하락 종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뉴욕증시는 오후 3시 조금 못 미쳐 갑작스레 낙폭이 확대됐다. 특히 다우 지수는 장중 997.21포인트나 떨어지면서 9869.62까지 순식간에 밀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언론들은 익명의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한 트레이더의 주문 실수로 말미암아 주가가 급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 트레이더는 다우 종목인 프록터앤드갬블(P&G)에 매도 주문을 내면서 숫자 뒤에 `m(×100만주)` 대신 `b(×10억주)`를 실수로 입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증시는 이로써 유럽 재정위기 우려감으로 사흘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고, 최근 사흘간 다우, 나스닥, S&P 500 지수는 각각 5.67%, 7.17%, 6.16% 급락했다. 월간 수익률도 다우 -4.44%, 나스닥 -5.75%, S&P 500 -4.93% 등으로 저조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금융통화정책회의를 열어 경기회복을 도모하고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러나 시장의 바람과 달리 ECB는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지 않아 실망감을 안겨줬다.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금융통화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국가들이 발행하는 채권 매입을 통해 유로지역 국가들을 지원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며 그 가능성을 일축했다. 여기에다 그리스 의회가 이날 오후 구제자금 대가로 약속한 고강도 `긴축 법안`을 승인하자, 아테네 시내에서 폭동까지 발생해 월가의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또 제임스 블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유럽지역의 재정위기가 미국경제 개선 전망에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피력한 점도 악재였다. 블러드 총재는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구성원이며, 연준 고위 관리가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우려감을 직접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소매점들의 4월 동일 점포 매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점도 실망매물을 불러들였다. 톰슨 로이터는 지난 4월 미국의 28개 주요 소매점들의 동일 점포 매출이 전년 비 0.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1.7%를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치이다.

특히 28개 소매점 가운데 거의 70%에 달하는 소매점들이 시장의 전망치를 밑돌아 투자자들의 실망이 더욱 컸고 회원제 할인점인 코스트코와 의류소매점 타겟, 갭, 애버크롬비앤피치 등 주요 소매점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경제지표는 대체로 양호했다. 우선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일 마감기준)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대비 7000건 감소한 44만4000건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 44만건보다는 4000건 가량 많은 수치이지만,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3주 연속 감소세를 지속해 미국의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올 1분기 비농업부문 기업들의 생산성은 연율 3.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 2.6%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또 1분기 중 단위 노동 비용은 1.6% 감소했다. 이는 인플레 억제 압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